만취 차량에 환경미화원 '참변'…뺑소니 30대男, 2심서 형량 늘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환경미화원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대전지법 제3형사부(손현찬 재판장)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1)의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이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전 4시10분쯤 대전 중구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약 3.5㎞를 운전, 갓길을 따라 청소하던 환경미화원 B씨(58)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아무런 조치 없이 도주한 뒤 인근 공사장에 숨어서 사고 현장을 지켜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인 0.117%였다.

머리를 크게 다친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고 3시간여 만에 숨을 거뒀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고가 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유리에 금이 가는 등 사고 충격이 컸던 만큼 피고인의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량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2심 전까지 도주 범의를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점과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보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