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담배 사는지도 안 보여요…입법조사처 “편의점 ‘시트지’ 제거를”

3월5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편의점 내부의 담배 광고가 외부로 보이지 않도록 시트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왜 대부분의 편의점 출입문과 유리벽에는 반투명 시트지가 붙어져 있을까? 바깥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밤늦게 강도가 들어온다면 근무자는 제때 대처할 수 있을까?

국무조정실이 편의점 내부 담배 광고가 밖에서 보이는 것을 막겠다며 부착하는 반투명 시트지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있는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근무자 안전을 위협하는 시트지는 하루라도 빨리 제거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아가 편의점 등 소매점 내부의 담배 광고 표시를 제한하는 조처가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발간한 현안분석 보고서 ‘담배 광고의 외부 노출 규제 현황 및 개선 방향’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청소년 흡연 방지를 위해 담배광고 내용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상태를 유지해 오다 감사원 지적을 계기로 2021년 7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이 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보고서는 근무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편의점 내부 시야가 차단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가 담배 광고가 외부에 노출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편의점에서 시트지를 제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지난 2월8일 인천 계양구 한 편의점에서는 현금을 노린 강도가 점주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은 편의점에 부착된 시트지가 시야를 방해하지만 않았더라도 막을 수 있었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며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면 점주를 옭아매는 규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해당 규제가 ‘24시간 일용품 판매 소매점의 출입문이나 창문은 내·외부로의 시선을 감소시키는 필름 등을 부착하지 않도록 권장’하는 국토교통부 소관 ‘범죄예방 건축기준고시’와도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효과성에도 의문을 제기됐다. 해당 규제는 청소년을 보호하고 흡연율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지만, 2020년 4.4%였던 청소년 흡연율은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되기 시작한 2021년 4.5%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청소년이 편의점 등에서 담배를 얼마나 수월하게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구매 용이성 비율’도 2020년 67%에서 2021년 74.8%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편의점 바깥에서 시선이 차단되는 효과가 오히려 담배 구매 시도를 용이하게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국외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권고에 따라 아예 소매점 내부 담배 광고와 진열을 금지하는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가 금지된 나라가 111개국, 진열을 못하게 한 나라가 86개국이며, 둘 다 금지하는 나라도 60개국이 넘는다. 우리나라처럼 소매점 내부 광고는 허용하면서 그 광고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금지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반투명 시트지를 제외하고 현행 법령에 부합되게 담배 광고 외부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광고 표시를 제한하거나 줄이는 조처가 강구될 수밖에 없다”며 담배 광고물에 편광필름(각도에 따라 광고물이 안 보이게 할 수 있음)을 부착하거나 가림막을 설치하는 방법, 광고물 위치를 조정하고 조명 광고의 조도를 낮추는 방법 등을 거론했다. 이어 보고서는 “정작 문제는 소매점 내부에서 담배 광고와 진열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종국적으로 담배 광고·진열에 대해 포괄 규제하는 입법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