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뽀로로, 허약체질 포비…기후변화 위협 받는 뽀로로와 친구들

남종영 2023. 5. 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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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뽀로로
② 과학 연구로 본 ‘뽀로로와 친구들’의 미래
뽀롱뽀롱섬의 눈덮인 하얀 마을에 사는 뽀로로와 친구들. 아이코닉스 제공

안녕하세요.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에서 일하는, ‘뽀로로 덕후’ 아들을 둔 아빠 남종영 기자입니다.

자녀 키우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많은 아이들은 덕후라는 사실. 꽂히면 파고듭니다. 우리 아들은 기차에 꽂히더니, 케이티엑스(KTX)와 에스아르티(SRT)를 구분하고 유로스타와 테제베(TGV)까지 섭렵했어요. 지금은 뽀로로 덕후지요.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여러분께 뽀로로와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죠. 뽀롱뽀롱섬은 꼬마 펭귄 ‘뽀로로’가 사는 남극도, 북극곰 ‘포비’가 사는 북극도 아닌 ‘우리 마음속에 있는 눈 덮인 하얀 마을’이라는 걸 깨달은 우리 아들. 이번에는 각각 다른 곳에 사는 동물들이 왜 거기에 모였냐고 묻습니다. 우리나라 유명한 뇌과학자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죠.

“(뽀롱뽀롱 뽀로로는) 서식지에서 벗어난 고아 동물들이 부모의 보살핌 없이 스스로 생활을 꾸려가는 이야기를 담은 엽기적인 애니메이션이다…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이비에스(EBS) 앞에서 언젠가 ‘뽀로로와 패티를 남극으로 돌려보내주세요!’ ‘뽀로로와 친구들을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주세요!’라고 피켓 시위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싶다.”(정재승)

뽀로로와 패티는 펭귄입니다. 펭귄은 황제펭귄, 아델리펭귄, 턱끈펭귄, 젠투펭귄을 포함해 18종이 있어요. 사실 남극에 사는 건 6종뿐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뉴질랜드 등 남반구 여기저기 살아요. <뽀롱뽀롱 뽀로로>를 제작하는 아이코닉스의 성은경 제작팀장은 “특정 펭귄 종을 염두에 두고 뽀로로를 만들진 않았다”고 해요.

80년 뒤, 뽀로로의 친구들은 사라질지 몰라요

우리가 보통 ‘남극의 신사’로 상상하는 펭귄이 황제펭귄이에요. 기후변화의 위협을 크게 받아서, 그만큼 과학자들이 많이 연구하는 종이죠. 황제펭귄은 얼음바다 위에서 새끼를 키우거든요. (반면 아델리펭귄이나 턱끈펭귄은 땅에서 부화해요)

‘골디락스 행성’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이라는 뜻인데요, 골디락스 행성은 태양 같은 항성에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돼요. 수성에선 너무 뜨거워서 못 살고, 목성에선 너무 추워서 얼어 죽잖아요. 지구처럼 적당히 따뜻한 골디락스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거죠.

남극 스노힐섬에 사는 황제펭귄이에요. 게티이미지뱅크

황제펭귄은 ‘바다얼음의 골디락스’ 지역에서 살아요. 남극대륙을 둘러싼 바다얼음은 시시각각 변해요. 추운 해에는 늘어나고, 따뜻한 해에는 줄어들죠. 근데, 이게 적당해야 해요.

왜냐하면, 황제펭귄은 엄마가 안전한 얼음바다 위에서 알을 품으면, 그동안 아빠는 한참을 걸어 바다에 가서 사냥해 돌아와야 하거든요. (엄마아빠는 서로 돌아가면서 이 일을 해요) 얼음바다가 너무나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사냥을 떠난 아빠 혹은 엄마의 여정이 길어지면서 위험한 순간을 만날 가능성이 커지고, 가져오는 식량이 줄어들 거예요. 얼음바다가 너무나 작아지면요? 알 품는 서식지가 위험해지겠죠. 그러니, 바다얼음이 ‘적당히’ 형성돼야 해요. 근데, 기후변화는 이 ‘적당히’를 깨뜨리거든요.

현재 시점에서 보면, 남극 전체의 바다얼음 면적은 평형을 유지하고 있어요. 아문센해와 벨링하우젠해처럼 줄어드는 곳도 있지만, 로스해처럼 단기적으로 늘어나는 곳도 있어서 그래요.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남극의 바다얼음 면적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요.

그래픽_영상소셜팀 조정은

황제펭귄은 남극의 서식지 54곳에서 25만6000쌍이 사는 거로 추정돼요. 2019년 위성사진을 분석해 나온 결과죠.

미국의 우즈홀해양연구소와 영국 남극조사단(BAS) 등 연구팀이 2021년 <지구변화생물학>에 낸 논문을 보면, 현재 추세대로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2050년에는 황제펭귄 서식지 70%가 사라지고, 2100년에는 황제펭귄 98%가 서식지를 잃어 멸종할 것이라고 해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우리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치를 2도로 잡아두기로 했어요. 우리가 그만큼의 노력을 했는데 조금 부족해서 2.6도 정도 상승한다고 했을 때, 황제펭귄은 어떻게 될까요?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로스해와 웨델해 중심으로는 멸종 위험을 피할 수 있어요. 우리가 탄소 배출을 줄이려 노력하면 황제펭귄을 살릴 수 있다는 거죠.

포비의 친구들은 허약체질 ㅠㅠ

북극곰 포비 또한 바다얼음에 기대어 사는 동물이에요.

북극곰은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동물인데요. 사냥할 때는 바다얼음 위로 나가서 물범을 먹고 살지요. 북극곰은 육상 포유류 최고의 수영선수이기도 해요. 얼음이 녹은 구간에서는 ‘풍덩’하고 바다에 뛰어들어요.

저는 ‘세계 북극곰의 수도’로 알려진 캐나다 허드슨만의 처칠에 간 적이 있어요. 북극곰들은 여름에 처칠 주변에 와서 바다가 얼기를 기다리다가, 10~11월이 되면 얼음바다로 나가요. 북극곰은 걷고 걷고 또 걷죠. 걷고 걷고 또 걷다가, 바다가 나오면 ‘풍덩~’ 다시 얼음이 나와 걷고 걷고 또 걷다가 물범이 보이면 ‘습격!’ 하고 잡아먹는 거예요.

그런데, 바다얼음이 줄어들면 북극곰이 수영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제아무리 천하의 수영선수라도 지칠 수밖에 없죠. 사냥 성공률도 떨어지고요. 과학자들이 북극곰의 체질량 지수를 측정해봤더니, 북극곰이 자꾸만 허약체질이 되고 있었어요.

캐나다 처칠에서 북극곰이 바다가 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한겨레 자료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는 북극곰전문가그룹(PBSG)이 있어요. 세계 최고의 북극곰 전문가들이 모여 확인해보니, 2014년 기준으로 북극곰은 19개의 개체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최소 2만2000마리에서 최고 3만1000마리가 사는 거로 추정되고 있고요.

과학자들은 북극곰의 개체수와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얼음 면적 등 각종 변수를 넣어, 미래의 북극곰 개체수를 예측했어요. 기후변화 모델에 따라 아주 약간 감소할 거라는 결과부터 절반 이상 줄어든다는 결과도 나왔는데요, 어쨌든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것만은 확실해요. 2050년쯤 북극곰 개체수가 30% 이상 줄어들 확률이 71%라고 하네요. 포비는 북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에디의 서식지는 늘어난다?

뽀로로 마을의 발명왕 에디는 사막여우죠.

북아프리카 사막에 사는 사막여우는 북극곰이나 펭귄만큼 절실한 처지는 아니에요. 국제자연보전연맹은 각 종의 멸종 위협을 위급(CR), 위기(EN), 취약(VU) 등의 여러 단계로 분류하는데, 사막여우는 비교적 위협이 덜한 관심(LC∙Least Concern)종이에요.

2017년 튀니지대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이 온난화에 따라 튀니지 남부에 사는 아프리카늑대와 붉은여우 그리고 사막여우의 서식지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한 적이 있어요. 이 지역은 사하라 북부 지역으로 지중해성 기후와 사막의 건조 기후가 부딪히는 곳이에요.

모로코 사하라사막에서 사막여우 한 마리가 달려가고 있어요. 게티이미지뱅크

연구 결과, 아프리카늑대와 붉은여우, 사막여우의 서식지는 갈수록 줄었어요. 다만, 사막여우의 서식지는 2030년까지 50% 줄어들다가 2050년과 2080년에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죠. 개체수도 서식지당 2346마리에서 2030년 1161마리로 줄었다가 2080년에는 1557마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어요. 현재보다 여전히 30% 이상 적은 수치지만, 그나마 변화된 기후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 거죠. 북아프리카 상황이 좀 나아지면, 에디는 고향으로 돌아가도 될까요?

루피는 기후위기 시대의 착한 기술자?

루피는 북아메리카 습지에서 댐을 쌓고 지내는 비버예요. 루피가 어떻게 해서 뽀롱뽀롱섬에 왔는지는 수수께끼이지만, 비버는 기후위기 피해를 줄이는 훌륭한 기술자로 최근 부각되고 있어요.

비버가 만드는 댐은 일정한 양의 물을 가둠으로써 생물다양성을 높여요. 물을 매개로 다양한 생물이 살면서,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거죠. 인근 지대의 수온을 낮추고, 산불의 확산을 막는 기능도 합니다.

반대로 기후가 온화해지면서 비버가 알래스카 최북단까지 진출했다는 소식도 들려요. 원래 비버가 살지 않던 이 땅에서 비버가 댐을 만들면, 강의 범람 위험을 높이고 영구동토층도 녹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비버가 어떻게 적응하고 어떤 영향을 줄지는 정리가 된 상태는 아니에요.

이제 누가 남았나요?

공룡인 크롱이야말로, 기후변화로 멸종한 ‘진정한 피해자’죠.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거대한 기후변화가 지구를 휩쓸었으니까요.

노래 잘하는 새 해리는 구체적인 종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생략!

드래곤 통통이는 어떡하냐고요? 누가 논문 하나 써주세요! ‘온실가스 증가가 용의 불 뿜기에 미치는 영향’ 같은 거요.

이상 뽀로로 덕후 아빠의 이야기였습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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