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도 석면가루 날린다
비용·건물주 동의·대체시설 부재에 “위험 알아도 벽지 덧대”
올해부터 석면 조사 의무화하지만 해체 지원 아직 ‘불투명’
방과후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 전국 최소 596곳이 1군 발암물질인 석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선 석면 진단부터 해체까지 큰 부담이 있는 만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환경공단 2017~2022년 지역아동센터 석면 진단 결과, 조사에 참여한 센터 1151곳 가운데 696곳(현 100곳 석면 해체)이 검출됐다. 부산에선 60개소 중 38개소(현 6개소 해체)가 석면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4000여 곳이 넘는 지역아동센터 가운데 30% 정도만 조사에 참여해 석면에 노출된 곳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 지역에선 총 211개 센터 중 2009년 이전에 개소된 곳은 94개다. 2009년 이후부터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돼 이곳 모두 석면 사용이 의심된다.
이승정 지역아동센터 부산지원단장은 “센터가 노후된 건물에 임차했으면 2009년 이후 개소했더라도 석면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센터 200여 곳을 다녔는데 오래된 건물은 거의 다 석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지역아동센터도 석면 조사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제껏 연면적 500㎡ 미만 지역아동센터는 석면 조사 의무 대상 시설이 아니었다. 당국은 6월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시행령 개정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안전 진단을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에 대비한 제도적 지원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 따르면 석면 해체는 센터 1개당 평균 1170~1985만 원이 소요된다.
국·시비로 이뤄진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비로 석면을 해체할 수 있지만 지원금보다 해체 비용이 더 많이 들어 대부분 벽지 교체나 페인트칠 등에 활용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복권기금으로 석면 해체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지난해 100곳, 올해 95곳에 불과했다. 부산에선 지난해 6곳이 석면을 해체했고 올해 3곳이 공사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조성희 교수가 지난해 7~8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851개 센터 가운데 석면이 검출돼도 21%는 비용 부담으로, 17.5%는 건물주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서, 14.7%가 공사 동안 대체 공간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석면 해체 공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석면 해체 공사를 앞둔 부산진구의 한 아동복지센터 센터장은 “천장에 전등을 단다든지 못을 박을 때 석면 가루가 떨어진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벽지를 바르는 수밖에 없다”며 “석면이 있는지 모르는 센터장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 없인 공사하기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공사 비용도 부담이지만 공사 기간 센터 운영이 어렵게 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꼽았다.
센터장은 “공사 1~2주 동안 아이들이 센터 이용을 못 하니까 대체 공간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대체 공간을 구한다고 해도 짐을 다 빼서 옮겨야 하고 놔둘 장소도 마땅치 않은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또 “건물에 임차해 운영하기 때문에 건물주 허락을 받지 못해 포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관계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도 내년이 마지막으로 예정돼 있다”면서 “이 사업이 끝나면 또 어떤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 현장에선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 석면 전수조사가 이뤄진 뒤 거기에 맞춰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박종용 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사무관은 최혜영 의원의 질의에 “관계부처 지자체 민간후원기관 등과 협의해 소요 예산을 확보,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임차시설은 건물주가 석면 제거에 적극 협력할 수 있도록 지자체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공사 기간 인근 지역아동센터 등을 활용해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학교와 유치원의 석면 해체 비용을 교육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 본 예산에서 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 집행의 안정성도 있지만 국가에서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