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운임 ‘동반하락’···조선호황 이끈 선박가격 ‘피크’ 도달?
글로벌 ‘신조선가(새 배를 만드는 비용)’가 2009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 증가와 노후선박 교체 수요, 해상 환경규제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신조선가는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며 한국 조선업의 호황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건조 주문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해상 운임도 지지부진한 등 변화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상징하던 선박가격의 상승 랠리가 정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조선가는 매달 신고가다. 9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67.32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9.54포인트 상승했다.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다.
국내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강점을 지닌 LNG운반선 선가는 지난해 4월 대비 14% 상승한 대당 2억5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초대형 유조선(VLCC)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선가도 각각 1억2200만 달러·2억175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들 선종의 가격도 역대 가장 비싼 금액이다.
선박 가격은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10~20%가량 상승한 반면, 선박 주문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4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80척, 18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전년 동기(486CGT·153척)와 비교해 톤수 기준 62% 감소했다. 1~4월 누계 기준으로도 44% 줄었다.
해운사가 선박을 운용해 얻는 수익인 ‘해상운임’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44포인트 하락한 998.29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팬데믹 특수’를 누리며 5000선까지 올라갔던 SCFI는 이후 물동량 감소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줄곧 하락해 올해 초부터는 1000선을 밑돌고 있다. 클락슨리서치가 각종 해상운임들을 종합해 집계하는 ‘클락시(Clarksea) 지표’도 6주 연속 내림세다. 지난 5일 클락시 지표는 일일 2만4643달러로, 지난해 5월의 일일 4만3640달러 대비 무려 43% 하락했다.
선박 시장은 흔히 부동산 시장에 비유된다. 선가가 오르는데 운임은 떨어지는 현상은 마치 부동산 분양가 및 매매호가는 높은 수준이나 기대수익률(월세 수입)은 낮아지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부동산 경기가 꺾이듯 선박 시장 전망도 낙관키 어려울 수 있다.
최근 2~3년간의 선박 가격 랠리가 정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운임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한 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라며 “경기침체가 지표로 확인되고 있으며, 유럽 선사들의 발주가 줄어든 점도 한국에는 좋은 뉴스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건조주문 감소와 운임 하락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7일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발주 감소에 대해 “우리의 주력 선종보다는 중국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컨테이너선)에서 수요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며 “HD한국조선해양은 최적의 수익을 보장하는 전략 선종을 중심으로 과거 대비 빠르게 수주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난 3년 간 선가 상승률이 워낙 가팔랐던 데다 최근 거시경제 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현재 선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며 “하지만 운임과 중고선가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 선가는 비싸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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