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편하게 하려고"…11개월간 교통사고 수사기록 조작한 경찰관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 불복해 항소했으나 '기각'
法 "경찰공무원 의무 저버린 것…강한 비난 받아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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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11개월간 14차례에 걸쳐 교통사고 수사기록을 조작해 온 경찰관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서귀포경찰서 소속 경찰관 A경장(33)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경장은 서귀포경찰서 교통조사팀에서 근무하던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1개월간 인적피해가 있는 교통사고 14건을 단순 물적피해만 있는 교통사고인 것처럼 수사보고서를 꾸며 행사했다.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한 인적피해 사건의 경우 처리해야 할 일이 복잡하고 많은 반면, 단순 물적피해 사건의 경우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에 전산정보를 입력한 다음 결재만 받게 되면 그대로 종결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A경장은 피해자로부터 진단서를 제출받지 않거나 진단서가 제출됐음에도 객관적인 근거 없이 물적 피해만 발생한 것으로 처리했을 뿐 아니라 3개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 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위반한 사례에 해당해 정식 수사가 이뤄져야 했음에도 이를 은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설상가상 A경장은 내부 감찰을 받게 되자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보험처리가 됐고 다친 곳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하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종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A경장은 직위해제 상태다.

원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형사1단독은 "이 사건 범행은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자 도덕적으로도 강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며 지난해 7월12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A경장은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기간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데다 경찰공무원으로서 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무겁고 죄질도 불량한 점 등을 들어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경장은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로, 이번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면 A경장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연히 퇴직하도록 한 경찰공무원법 제27조에 따라 불명예 퇴직하게 된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