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온 후쿠시마 어민 “조류에는 국적 없다···오염수 방류 반대”
일본 후쿠시마 어민과 제주 해녀가 9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일 어민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위한 연대에 나선 것이다. 야당은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 행위도 오염수 방류를 위한 요식 행위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어민인 카와시마 슈이치는 이날 정의당이 국회에서 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무단투기 저지를 위한 한·일 어민 연대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냐, 아니냐의 문제로 축소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간에게 안전하다면 방출해도 된다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와시마는 “어부들에게 바다는 단순히 해산물을 잡는 일터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오염수 방류) 문제는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같은 바다를 함께 공유하고 그 옆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직면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에는 인간이 만든 임시 국경이 있지만 물고기와 바다에 사는 동물들, 조류에는 국적이 없다”며 “인간이 아니라 바다에서 사는 생명들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와시마는 이날 정의당이 국회에서 주최한 ‘후쿠시마 어민 초청 토론회’에서 “후쿠시마에 방사능이 검출돼 판매되지 않는 생선 중에 우럭이 있다”며 “후쿠시마에서는 우럭이 그물에 잡혀도 팔 수가 없는데, 바로 옆 미야기현에서는 아침 시장에 우럭이 팔린다.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이 가까운 곳임에도 후쿠시마 어민들은 굉장히 속 타는 마음을 갖고 지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 최남단 지역의 섬인 가파도에서 해녀로 일하는 유용해 가파도 어촌계장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최남단으로 일본 바다와 가까운 지역의 어민으로서 불안감을 안고 일하고 있다”며 “조업할 수 있도록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한국 어민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손해를 볼 수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4~5월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예상되는 제주산 수산물 소비 감소 폭은 평균 49.15%였다. 이를 피해 추산액으로 환산하면 제주 수산업계는 연간 4483억원의 수입 감소를 겪을 수 있다.
일본 국민도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이 지난해 9~10월 일본 시민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오염수 방류가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1.9%로 ‘이해를 얻고 있다‘(6.5%)는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야당은 한국 정부가 일본에 파견키로 한 후쿠시마 시찰단이 오염수 방류에 면죄부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2주는 해외여행 준비에도 빠듯한 기간인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전문가를 선정하고 검토할 사항과 수준을 일본과 협의해야 한다”며 “양국이 공감할 수 있도록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후쿠시마 어민 초청 국회 토론회에서 “일본이 구체적인 검증을 위한 자료 제출을 성실히 제공할지 미지수”라며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시간과 일정에 맞춰서 서둘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루짜리 시찰단 파견이라니 핵 오염수 방류를 합리화시켜주는 데 일본까지 가서 들러리는 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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