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시장서 ‘중국산 틈새’ 꿰찬 나라는 한국 아니었다

옥기원 2023. 5. 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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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미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 조사
중국 18.5%p↓·대만9.7%p↑·한국 1.8%p↑
미중 갈등 이후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반도체들이 물러난 사이 대만과 베트남 제품들이 반사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반도체 공급망 결속을 다지고 있는 한국은 시장 변화에 따른 수혜가 크지 않았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제무역센터(ITC) 통계 자료를 토대로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 내 주요 국가별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중국산 반도체 점유율이 기존 30.2%에서 11.7%로 18.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액으로 보면 2018년 228억8천만 달러에서 117억4천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2000년대 이후 줄곧 30% 안팎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킨 중국이 무역 갈등이 심화한 2022년엔 4위로 떨어졌다.

실제로 미국은 2018년 이후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수입 물품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10%~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또 국가 안보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직접 이용해 만들어진 부품·장비 등의 대중 수출도 제한했다. 전경련은 “제재를 받은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 및 역량 강화에 어려움을 겪은 점도 미국 수출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중국산 수입이 준 사이 대만과 베트남의 반도체 점유율은 눈에 띄게 늘었다. 대만산 반도체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8년 9.5%에서 2022년 19.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4년여만에 시장 점유율 4위에서 1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이다. 반도체 수입액도 대만산은 2018년엔 72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22년엔 192억4천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강자인 대만 업체 티에스엠시(TSMC) 등에 시스템 반도체 주문이 급증한 이유도 있다.

이 시기 베트남으로부터 들여오는 반도체 수입액은 18억8천만달러에서 98억3천만달러로 400%이상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2.5%에서 9.8%로 뛰었다.

전경련은 “미국의 반도체 최대 수입 품목인 ‘컴퓨터 등 부품’ 분야에서 중국의 빈자리를 대만과 베트남이 꿰찬 경향이 있다. 중국산 점유율이 15%p 하락할 때 대만과 베트남산 점유율이 각각 6.8%p, 3.5%p 상승했다. ‘액정디스플레이(LED) 및 태양전지·태양광 모듈’ 같이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품목에서도 대만과 베트남의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대만산과 베트남산이 미국 시장에서 약진한 상황에서 한국산 점유율 순위는 2018년과 2022년 모두 3위로 큰 변동이 없었다. 10.8%였던 점유율도 12.6%로 1.8%p 소폭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수입액은 2018년 82억달러에서 2022년 184억 달러로 증가했는데, 이는 디지털 가전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후공정 공장이 몰려있는 말레이시아산 반도체의 수입액도 2018년 172억5천만달러에서 2022년 184억달러로 소폭 늘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기존 2위를 유지했다. 후공정은 반도체를 만든 뒤 포장·테스트하는 과정을 말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같은 후공정 기술이 발전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미국 수출액만으로 시장 경쟁력을 가늠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서 반도체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을 마친 뒤 베트남에서 포장 작업을 위한 후공정을 한 경우, 베트남산 수입액으로 잡혀 실제 국가별 생산 능력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후공정은 전공정에 비해 인력 집약형의 특성이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인건비가 싼 동남아 지역에 주로 후공정 공장을 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텔을 비롯해 온세미컨덕터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베트남에 대규모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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