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치즈처럼 보이려고... 中제품 포장지에 ‘피사의 사탑’ 그려놨다

박선민 기자 2023. 5. 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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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토마소 라졸리니 의원이 "출처가 의심스러운 제품에 이탈리아 명물을 갖다붙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올린 중국 업체의 모차렐라 치즈. /페이스북

한 중국 업체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차렐라 치즈 포장지에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물 피사의 사탑을 그려 넣어 논란이 됐다. 중국 업체가 제작한 치즈에 이탈리아 명물 그림을 삽입해 마치 ‘이탈리아산’처럼 보이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8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에서 중국 식품 업체 ‘가오푸 푸즈’의 모차렐라 치즈 제품이 “이탈리아 음식을 모욕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가오푸 푸즈는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모차렐라 치즈 등 일부 제품은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된다.

이번에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된 제품명은 ‘유러피언 모차렐라 치즈’다. 얇게 자른 치즈가 12장 들어있는 구성이다. 문제는 치즈 포장지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이탈리아 관광 명소 피사의 사탑과 베네치아 곤돌라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곤돌라는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와 대운하를 배경으로 하는 것처럼 묘사됐다. 포장지 상단과 하단에는 각각 중국어로 “모차렐라 치즈” “이탈리아 스타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모차렐라 치즈 본고장을 자처하는 이탈리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탈리아 여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토마소 라졸리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에서 모차렐라 치즈를 모방한 이상한 사진이 떠돌고 있는데 여기에 곤돌라와 운하, 피사의 사탑 등 누구나 이탈리아라고 알아볼 만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며 “출처가 의심스러운 제품에 이탈리아 명물을 갖다 붙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탈리아 농식품의 우수성을 해친다. 그냥 넘기면 또 다른 타깃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원실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위조방지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 식품 업계도 반발했다. 식품 전문가 협회 ‘어덴티코’는 ‘유러피언 모차렐라 치즈’가 원조를 모방한 ‘가짜’라며 이탈리아 제품과 구분하는 법을 안내하고 있다. 어덴티코는 이탈리아 모차렐라 치즈 모조품은 나다, 브라질,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호주, 심지어 이탈리아까지 침투했다고 했다.

이탈리아 최대 농업 협회 ‘콜디레티’에 따르면 세계에서 이탈리아 식품을 모방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00억유로(약 174조6000억원)로 증가했으며, 치즈가 가장 높은 모방률을 보였다. 이 가운데 파르메산과 그라나 파다노 종류가 가장 많았고, 모차렐라가 그 뒤를 이었다고 콜디레티는 전했다. 에토레 프란디니 협회장은 “‘유러피언 모차렐라 치즈’는 이탈리아 정체성을 도용한 최악의 사례 중 하나”라며 “이 같은 제품은 소비자를 혼동하게 만들고 원조 이탈리아 음식 시장을 훔쳐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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