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출기준 깐깐해졌다···“신용 경색 이미 시작” 경고도
잇단 은행 파산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에서 신용 경색 경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은행권 대출기준이 깐깐해지면서 대출 둔화 흐름이 감지되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8일(현지시간) 금융경제 건전성 관련 보고서를 통해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은행들의 파산이 광범위한 신용경색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금융기관들이 미 연준에 예금 이탈과 대출 손실에 대한 우려로 대출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대출 둔화 우려도 나왔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급격한 신용 위축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잠재적으로 경제 활동의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은행권이 침체하면 연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이 시장 전문가와 학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은행권 불안이 금융 안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 포털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신용 경색, 적어도 신용 긴축(credit squeeze)은 이미 시작됐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은행권의 대출 기준이 이미 깐깐해졌다는 보고도 나왔다. 미국 대형은행 80곳과 미국 내 외국은행 24곳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46.1%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1.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워런 콘펠드 무디스 수석부회장은 CNN방송에 “대출 기준 강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경제 성장 속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은 은행 자금 조달이 전반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아졌다. 보고서는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부동산 회사들이 대출 만기가 도래할 때 재융자를 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을 늘린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을 늘렸으며, 관련 대출 집중도가 큰 은행에 대한 검사 절차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연준에 따르면 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는 자산 1000억달러(약 132조5000억원) 미만의 중소은행에 몰려있다.
다만 연준은 상업용 부동산을 포함해 가계와 기업 부채 전반에 걸쳐 레버리지(차입)가 낮다고 봤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가계 차입은 대부분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들이 지고 있기 때문에 가계 대출 부문을 통해 금융시스템에 충격이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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