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바꾼 '쩐주'와 납득하기 힘든 자베즈파트너스
재단 측이 김용중 전 대표와 한 배 탔다고 추측
총회연금재단 "투자금 회수 위해 최선 다할 뿐"
특정 세력과 결탁한 바 없이 회수방안 마련 고심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김해 소재 중견자동차부품업체 이래CS에 오랜 기간 투자해 온 사모펀드(PEF) 운용사 자베즈파트너스(자베즈)가 출자자(LP)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연금재단 측의 행보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업무집행사원(GP) 교체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막대한 평가손실을 확정하는 펀드 청산 절차를 고집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베즈는 지난해 말 신임 이사장이 취임한 시점부터 총회연금재단이 김용중 전 이레CS 대표 측과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총회연금재단 측은 출자한 자금의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특정 세력과의 결탁 등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총회연금재단은 오는 10일 만기가 도래한 자베즈파트너스의 펀드 존속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지난달 27일 결정했다. 다만 단순히 해당 펀드의 GP를 교체하는 형태가 아닌 ‘해산 후 청산’ 절차를 밟기로 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자베즈 측 설명이다.
현재 펀드는 청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펀드가 보유한 이래CS의 주식은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돼 있고, 법원이 김용중 전 대표 측이 제기한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주식을 팔 수 있게 된다 해도, 부도가 난 회사의 주식을 제값에 파는 일도 쉽지 않다.
자베즈 측 관계자는 “펀드 재산이 처분돼 청산된다 해도 채권단이 가장 먼저 회수하게 돼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총회연금재단이 회수할 수 있는 투자금은 거의 없을 것이 분명하다”며 “단순 GP 교체가 아닌 청산 절차를 고집하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자베즈는 지난해 말 이사진이 바뀌면서 총회연금재단 측이 김용중 전 대표 측과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베즈는 지난해 12월 초 총회연금재단으로부터 7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LOI)를 받았지만, 이사진이 바뀐 뒤 돌연 해당 LOI를 철회하겠다는 공문을 받는 등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3월 27일 김용중 전 대표는 자신의 대리인인 전병일씨를 법정관리 시 관리인으로 추천했는데, 같은 날 총회연금재단 역시 자베즈와의 상의 없이 전병일씨를 이래CS에 회생관리인으로 추천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병일씨는 이래CS 자회사인 이래AMS의 경영고문으로 활동한 김용중 씨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총회연금재단 관계자는 “총회연금재단 역시 관리인을 추천할 권리가 있으며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결정했다”며 “회사에 근무했던 분 중 한 사람을 추천한 것 뿐이지 누구를 편들어 해당 인물을 추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운용사 교체도 받아들이겠다” VS “펀드 연장 불가…청산인 선임”
자베즈는 2015년 총회연금재단으로부터 300억원을 출자받아 펀드를 만들고, 현대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0억원을 차입해 이래CS에 투자했다. 이후 이래CS가 약속한 2018년까지 상장하지 못하자,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김용중 전 대표와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기간 양측의 갈등이 이어진 만큼, 자베즈는 GP로서의 지위에도 더 이상 큰 욕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베즈 측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펀드의 존속기간을 연장하고 연금재단이 원하는 곳으로 GP를 교체하는 것”이라며 “총회연금재단에서 교체를 요구한다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총회연금재단 측은 2015년부터 투자했지만 성과가 없어 존속기한 연장은 어려우며, 당장 GP를 교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회사가 부도 난 상황에서 선뜻 쉽게 GP를 맡겠다는 곳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곳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청산인을 선정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베즈는 총회연금재단이 자칫 김용중 전 대표 측과 한 배를 탈 경우, 투자금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거나 회수하더라도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베즈 관계자는 “총회연금재단의 투자금 보존을 위해 자베즈의 자금을 직접 투입하고, 직접 소송 비용도 자베즈의 자금으로 마련하는 등 지금까지 싸웠다”며 “그간 어렵게 승소한 결과물을 총회연금재단 스스로 포기하고 다시 김용중 측에게 모든 것을 돌려주려고 하는 상황이 과연 총회연금재단 전체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단 측 관계자는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릴지, 의외로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자금의 회수를 원할 뿐 누구의 편을 들지도 않고, 들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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