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5㎝ 더 크는데 3000만원? 아이 몸에 부작용 고려해야 [기고]
요즘 부모들은 공부 못지않게 '키'에도 관심이 많다.
'키가 곧 경쟁력'이란 인식이 커지면서 내 아이 키를 조금이라도 더 키울 수 있다면 돈이 얼마가 들든 해주고 싶은 게 부모들 마음이다. 그래서 일명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를 아이에게 맞히고 싶어하는 부모가 점점 늘고 있다. 일곱 살짜리 아들을 둔 주부 A씨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남편이나 A씨 모두 키가 평균보다 작다 보니 아들도 키가 작을까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성장호르몬 주사라도 맞혀 조금이라도 더 클 수 있게 해줘야 나중에라도 원망을 듣지 않을 것 같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이 결핍되어 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해 개발됐다. 2~3년 이상 성장호르몬을 투여했을 때 적어도 7㎝ 이상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저신장이면 의료보험이 적용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저신장은 나이, 성별이 같은 또래 100명 중 키가 3번째 이하로 작은 경우를 말한다. 만성신부전증이나 성 염색체가 이상으로 발생하는 터너증후군, 유전성 희귀질환 등으로 성장이 부진한 아이 그리고 임신 40주에 출생한 신생아 중 부당경량아(남아 2.8㎏·여아 2.7㎏)도 보험 적용 대상이다.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면 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주사제 종류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1년에 1000만~1500만원이 든다. 최소 2년 이상 지속적으로 맞아야 효과가 있으니 총 2000만~3000만원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자한 만큼 효과는 확실할까.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어도 주사를 맞히면 안 맞혔을 때보다 5㎝ 정도 더 큰다는 데 동의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첫해에 3㎝ 정도로 가장 많이 자라고, 다음 해에는 첫해의 절반인 1.5㎝, 그다음 해에는 1㎝ 미만으로 큰다고 알려져 있다.
부모들은 만족하고 아이들 키도 클 수 있지만 2~3년 매일 주사를 맞는 동안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질 수도 있고, 부작용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주사를 맞은 아이들이 모두 키가 크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데이터에 따르면 10명 중 7명 정도에게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은 주사를 맞아도 키가 더 크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무조건 키를 키우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아이가 감내해야 할 문제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 충분히 숙고한 후에 성장호르몬 치료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한다.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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