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부담? … 골프채만 들수 있다면 이만한 운동 없다!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3. 5.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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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한 선수가 티샷을 날리고 있다. 이충우 기자

싱그러운 5월이 찾아왔다. 화사한 꽃들과 함께 파릇파릇한 잔디는 상춘객을 설레게 한다. 골프 애호가들 역시 '굿샷'하기 좋은 계절이다.

골프는 걷기나 등산, 달리기에 비해 운동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골프는 한쪽 방향으로만 몸통을 회전하기 때문에 몸의 한쪽 근육만 비대칭적으로 발달해 허리와 골반, 무릎에 부담을 준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자주 부각됐다. 실제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스윙 자세의 표본으로 유명한 스티브 스트리커, 신인왕 윌 잴러토리스 선수가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아 '골프=척추질환'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골프는 다른 운동에 비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골프채를 들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골프를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대로 좋고, 못하는 사람은 더 많이 걷고 더 많은 스윙과 샷(운동)을 하기 때문에 좋다. 역설적이지만 성적이 나쁜 골퍼라도 운동을 더 많이 해서 나쁠 게 없다. 골프는 골프채로 골프공을 쳐서 구멍(지름 약 11㎝)에 넣는 운동으로, 현재 200여 개국 5500만명이 3만2000여 개 골프장에서 취미와 직업으로 즐기고 있다.

골프는 한 게임이 1라운드 18홀로 이뤄지는 스포츠로, 골프장의 전체 면적은 약 70만㎡이며 전장 5500~6300m, 너비 100~180m에 달한다. 홀은 350m 전후인 중거리(미들) 10개, 짧은 거리(숏) 4개, 긴 거리(롱) 4개 등 18개이며, 표준 타수는 미들 4타, 숏 3타, 롱 5타로 하여 이것을 파(par)로 한다. 계산하면 1라운드 18홀은 72타가 된다. 골프장은 들판, 구릉, 산림지역을 비롯해 해변이나 강가에도 조성되고 홀마다 페어웨이, 러프, 벙커(모래), 워터해저드(물) 등 장애물이 꾸며져 있다. 골프는 동반자에 대한 배려, 예의와 함께 코스 전략을 잘 세워야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어 '인생' 또는 '기업 경영'에 비유되기도 한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골프를 규칙적으로 치게 되면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근감소증 등 각종 질환의 발병 위험을 낮추고, 동반자와 함께 몇 시간 동안 함께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 정신건강에도 좋다.

특히 골프는 심장병과 뇌졸중 환자의 재활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골프장 18홀 동안 평균 걸어야 하는 거리가 6.5~8㎞에 달하는 만큼 걷다 보면 폐와 심장 기능이 좋아진다. 무엇보다 골프장의 푸른 나무와 싱그러운 초록 잔디를 보면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찌들어 있던 눈의 피로감이 사라지고 편안함을 느낀다. 이는 자외선과 적외선에서 멀리 있는 색깔, 즉 가시광선의 중심(550㎚)에 있는 녹색이 눈에 안정감을 주고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골프만 한 운동이 없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이동이 막혀 골프 인구가 크게 늘었다. 골프는 "가격 대비 운동 효과가 없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지만 그동안 건강 측면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다. 재미와 함께 운동 효과가 작지 않다는 게 골프의 매력이다.

스웨덴 카로린스카대학병원이 다른 북유럽 국가 연구팀과 함께 골퍼 3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40%나 낮았으며 이는 약 5년의 수명 증가와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 이유는 골프장 환경에서 찾았다. 신록이 우거진 나무를 보고 잔디를 밟으며 4~5시간 걸어야 하고 코스를 공략하기 위해 머리도 써야 한다. 또한 골프장에는 인생의 삶처럼 넓직하고 편안한 평지(페어웨이)도 있지만, 언덕과 연못, 벙커 등과 같은 굴곡도 있다.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려면 좋은 전략과 함께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평소 연습도 필요하다.

울프 에케룬 노르웨이 스포츠과학대 교수는 "고령 골퍼들이 골프를 친다면 규칙적으로 해야 하며 카트보다 걷는 것이 건강과 장수를 위해 좋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골프재단이 조사한 결과 18홀 동안 골퍼는 분당 심박수(심장박동)가 평균 100을 유지해 뇌졸중과 당뇨병 위험을 낮추고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뇌졸중협회는 65세 이상 노인(평균 연령 72세) 5900명을 대상으로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골프를 규칙적으로 즐기는 그룹과 그러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 6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받고 1년마다 의학적 평가를 10년에 걸쳐 진행한 결과 골프를 규칙적으로 치는 골퍼의 사망률이 15.1%로, 골프를 치지 않는 그룹의 24.6%보다 훨씬 낮았다. 골퍼들의 카트 이용 여부는 묻지 않았다. 이 조사와 관련해 비골퍼의 흡연이나 잘못된 생활습관이 고려되지 않아서 비교하기 곤란하다는 반박이 나오기도 했지만 골프는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긍정적이었다.

골프는 근력과 혈액순환에도 좋다. 나이가 들면 운동 강도가 센 농구나 테니스 등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골프는 상대방과 신체 접촉이 없고 부상 위험이 적어 고령의 나이에도 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가장 중요한 근력을 키울 수 있다. 골프는 18홀을 모두 돌지 못해도 공을 칠 때 코어 근육 및 상체 근육과 같은 특정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 골프 스윙도 몸의 균형과 함께 상체 회전과 체중 이동이 일관되게 이뤄져야 한다. 근육량은 40세 이후부터 자연적으로 감소하는데, 50대에 약 1%씩 감소하고 80대에 이르면 총근육량의 40%에서 최대 60%를 잃는다. 근육이 빠지고 약해지면 자세가 틀어지고 관절 통증을 부르며 노년에 치명적인 낙상 위험도 커진다.

이와 함께 골프는 몇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걷거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도 떨어뜨린다.

이스턴핀란드대 연구팀이 65세 이상 건강한 노인 25명(남자 16명, 여자 9명·평균 나이 68세)을 대상으로 골프 18홀, 걷기, 노르딕워킹 등 세 가지 유형의 운동을 각각 진행해본 결과 최대 심박수는 골프가 최대 61%, 걷기가 76%, 노르딕워킹이 77% 증가했고 '중성지방'(혈관 내 수치가 높아지면 심혈관계 건강 위협)과 혈관을 청소해주는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은 골프가 좀 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특히 골프는 운동 강도가 약하지만 장시간 팔과 다리, 몸통을 사용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혈당 조절에 매우 좋았다. 조사 결과 골프는 걷거나 카트를 타며 8.8㎞(약 5.5마일)를 3시간30분에 걸쳐 이동했고, 걷기와 노르딕워킹은 6㎞를 약 1시간 만에 이동했다. 이들은 심장에 센서를 부착해 운동 강도과 지속 시간, 열량 소모, 걸음수 등을 측정했다.

골프와 걷기, 노르딕워킹 모두 운동 효과가 좋았지만, 고령층에 적절한 운동은 골프가 가장 앞섰다. 줄리아 케티넨 이스턴핀란드대 스포츠의학 연구원은 "골프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이미 심혈관 질환을 앓았던 경우 심장대사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고령층에게 적절한 운동"이라고 결론짓고 올해 2월 국제학술지(BMJ Open Sport & Exercise Medicine)에 논문을 발표했다.

골프를 치면서 걸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기억회로'를 자극해 두뇌건강에도 좋다. 클리브 발라드 알츠하이머협회 연구소장은 "골프코스를 걷든 달리든 육체적 활동은 심장과 두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골프는 체중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몸무게는 하루 1만보 이상 걸어야 줄일 수 있다. 노르웨이 골프재단은 18홀 동안 남성은 2500㎉, 여성은 1500㎉의 열량을 소모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긍정적이다. 야외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즐거움은 '쾌감 호르몬' 엔도르핀의 분비로 이어져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를 날릴 수 있다. 또한 혈압을 통제하는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도 떨어져 기분전환에 한몫한다.

특히 햇볕에 신체를 노출하면 태양으로부터 비타민D를 흡수해 젊은 층은 뼈 성장을 증진하고 중장년층은 우울증, 심장병, 일부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햇볕의 강한 자외선은 피부 노화, 피부암, 잔주름, 주근깨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자외선차단제(선블록크림)를 꼼꼼히 발라야 한다. 햇볕이 점점 강해지는 봄철에는 장시간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낮에 햇볕을 쬐면 왕성하게 분비된 세로토닌 호르몬이 밤에는 멜라토닌 호르몬으로 전환되고, 운동 후 피곤함까지 겹쳐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숙면은 몸안의 세포 재생을 돕고 낮동안 손상된 근육과 조직을 복구하는 데 꼭 필요하다.

골프는 '재미있는 사교 스포츠'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적 교류를 넓힐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골프는 축구나 농구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동료 골퍼와 얘기를 나누며 어느 정도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비즈니스 계약이 골프코스에서 이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방광 기능을 단련하는 데 골프만 한 운동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골프를 치면서 즐겨 마시는 맥주는 아주 효과적으로 이뇨작용을 돕는데, 골프코스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화장실을 갈 수 없어 참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광의 용량과 기능이 강화된다는 얘기다. 또한 여성 골퍼는 골프를 자주 하게 되면 다리근육, 특히 대퇴사두근이 발달한다.

골프는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좋다. 정직과 책임감, 공정과 같은 긍정적인 가치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골프는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해야 하는 스포츠로,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 감정을 통제하고 절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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