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신능력 급격히 떨어지는 나이 30세? 35세? 40세?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기쁨은 부모님 건강과 함께 쑥쑥 커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즐거움과 행복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부부가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싶어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난임 부부들이다.
이는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령 임신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 비중은 2002년 8.2%에서 2012년 18.2%, 2022년 35.7%로 급증했다. 기혼여성의 난임 경험률도 나이와 비례해 35세 이상이 31.9%에 달한다.
일본경제신문은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 일본판을 인용해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임신능력이 떨어지고 유산율이 상승하며 심지어 선천성결손증(출생 때 존재하는 장애)이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면서 "여성의 임신능력은 정말 35세에 급격히 떨어질까?"라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에 따르면 여성의 임신능력은 10대 후반~20대 후반에 최고조에 달한다. 30세가 되면 임신능력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35세가 지나면 저하 속도가 빨라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세 미만은 1년 이내에 임신할 확률이 85%이며, 30세는 75%, 35세는 66%, 40세가 되면 44%까지 떨어진다. 이는 2020년 1월 '웁살라 저널 오브 메디컬 사이언스'에 게재된 내용이다. 임신에 꼭 필요한 여성의 난자 개수는 태어날 때부터 약 100만~200만개로 정해져 있다. 사춘기가 되면 30만~50만개로 줄고, 이후에는 계속 감소한다. 매달 월경이 찾아올 때마다 난자를 잃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난임치료생식의료센터의 타룬 제인 교수(생식내분비학)는 "한 번의 월경에서 한 개의 난자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지만 한 번의 월경에서 10~20개 난자를 잃는다. 정자와 수정할 수 있는 것은 배란기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 1개가 방출된 지 12~24시간 이내다. 나머지(9~19개) 난자는 아포토시스라고 불리는 과정에서 사멸한다"고 설명했다. 아포토시스(apoptosis·細胞自殺)는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램화된 자연스러운 세포죽음을 말한다.
난자 수는 여성이 37세가 될 무렵 2만5000개로 줄어들고 평균 폐경 연령(51세·미국 기준)이 되면 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 수는 기껏해야 약 1000개에 불과하다. 난자 감소는 노화의 일부이다. 나이가 들면서 주름이 늘어나고 신진대사가 저하되면서 난자를 계속 잃게 된다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산부인과 R 케이트 바이런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난자의 수만이 아니라 난자의 질도 관련돼 있다. 미국 난임치료 전문가 조지프 힐 박사(미국 뉴잉글랜드대 난임치료센터)는 "45세나 50세가 되면 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 대부분에 염색체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염색체 이상 난자는 수정할 수 있어도 자궁에 착상할 수 있는 배아로 성장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착상해도 70%가 처음 11주 안에 유산하게 된다. 여성과 달리 남성의 생식능력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고령화와 더불어 정자의 질이 어느 정도 하락하지만, 남성은 새로운 정자를 계속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미국생식의학회(ASRM)는 남성이 아버지가 되는 나이에 상한선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샌드라 카슨 전 ASRM 회장(미국 예일대 산부인과 교수)은 "남성은 나이가 들면서 발기부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생식능력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성욕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임신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난자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이유는 나이와 유전적인 요인을 비롯해 흡연·음주·비만·성감염병·기타 질환 등이다. 카슨 전 회장은 "난자가 다른 여성보다 빠르게 감소하는 여성이 있다. 아마 어떤 생물학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반면에 자궁은 노화되지 않으며 노화하는 것은 난소뿐이다. 그래서 고령 여성이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으면 임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활습관 요인, 농약에 포함된 환경 유해물질이나 플라스틱에 포함된 비스페놀A 등 화학물질, 심지어 특정 질환이 난자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일찍 폐경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루에 담배 10개비 이상을 피우는 장기 흡연 여성은 난소예비능(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 수나 질) 저하 위험이 높다. 21~45세 여성 중 알코올 섭취량이 매우 많은(일주일에 14잔 이상) 여성은 1년 사이 임신할 확률이 18% 감소한다는 논문이 국제학술지 BMJ에 실렸다.
비만도 여성의 임신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가임기 여성 206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비만을 뜻하는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5~39인 여성은 건강한 BMI(18~24) 여성에 비해 1회 월경주기로 임신할 확률이 22% 낮았다. 또 BMI가 40~44인 여성은 39%, BMI가 45 이상인 여성은 58%나 떨어졌다. 체중이 너무 많이 늘면 난자의 질과 착상에 영향을 미치는 염증 반응이 발생한다고 조지프 힐 박사는 지적했다. 또 자궁내막증(자궁내막과 비슷한 조직이 자궁 바깥쪽에 생김)이 난임 원인이 될 수 있고, 자궁근종(근육과 섬유조직의 양성종양이 자궁 내에 생김)도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카슨 전 회장은 "가능하면 35세가 되기 전에 임신을 시도하거나 그게 안 된다면 난자 동결 보존을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동결 저장을 통해 난자 시간을 멈추는 것이 목적이다. 동결 저장한 난자를 사용해 임신을 원할 경우에는 체외수정한 수정란을 자궁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현재 난자 동결의 이유로는 화학요법·방사선요법과 같은 치료로 난자 손상의 우려가 있거나 수술로 난소를 적출하는 '의학적 난자 동결', 지금은 아직 아이를 낳고 싶지 않지만 미래에 자신의 난자로 아이를 낳을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하는 '사회적(선택적) 난자 동결'이 있다. 어맨다 아델예 미국 시카고대 산부인과 교수는 "아기 한 명을 낳기 위해서는 난자 15~20개를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국제학술지 연구 결과를 보면 34세 미만에서 난자 동결을 한 여성은 74% 이상의 확률로 아기를 낳을 수 있었지만, 난자 동결을 하는 연령이 높을수록 출산에 이를 확률은 낮아졌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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