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뛰어드는 펫 영양제 시장 "전문성 갖춰야 반려인 마음 잡죠"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3. 5.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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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곧 가족' 인식 확산
간식 하나도 성분 따져 구입
펫 영양제, 차별화 전략 필요

"국내 제약사들이 반려 가구 세대를 폭넓게 아우르려면 단순히 기존 제품의 펫 버전만 출시할 게 아니라 반려동물에 특화된 브랜드를 심도 있게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최근 제약업계에 펫 영양제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중견·중소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해 문경선(사진) 유로모니터코리아 리서치 총괄은 "먹거리 중에서 영양제만큼은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며 각 브랜드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펫케어 산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문 총괄은 펫사료협회 등 주요 민관기업들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는 전문가다. 지난해부터는 연세대 상남경영원 펫비즈니스 최고위과정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8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 영양제 시장 규모는 22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126억원에서 5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그들의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 총괄은 "펫 영양제 시장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 247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펫 영양제란 100% 유효성분으로만 만들어진 알약 혹은 가루약 형태 제품을 말한다. 유효성분이 일부 들어간 간식이나 사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식품이 아닌 오로지 '약'으로만 이뤄진 카테고리인 셈이다. 문 총괄은 "과거에는 주로 반려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일 때만 병원을 찾아 수의사가 추천해주는 영양제를 구입하는 식의 제한적 소비만 해왔다"며 "최근엔 반려동물이 곧 가족이라는 의미의 '펫 휴머나이제이션'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어딘가 아프지 않더라도 정기검진 차원에서 동물병원에 들르는 경우가 늘었고 영양제를 먼저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구입한 영양제를 반려동물에게 일회성으로 먹이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꾸준히 챙겨 먹이는 경우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여러 국가 중에서도 한국 시장만의 특징은 국내 제약사들이 기존에 출시한 인기 브랜드를 반려동물 버전으로 바꿔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일동제약의 펫비오비타, 종근당바이오의 라비벳 유산균, 대웅펫의 임펙타민펫 등이 해당한다. 문 총괄은 "동물 전문업체가 아닌 제약회사가 만든 영양제가 잘 팔리는 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인데 주로 50·60대 반려가구 세대를 겨냥한 것"이라며 "사람에게 좋으니 반려동물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소비자 지갑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G20(주요 20개국) 중에서 한국의 1인당 건강기능식품 소비액은 미국에 이은 2위로 매우 높은 편인데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자기 자신에서 반려동물로도 이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펫 영양제 시장이 일시적 성장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R&D)과 마케팅 방식이 다각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들어 반려동물의 주 양육자로 MZ세대가 떠오르고 있는데 이들은 기존 50·60대와는 다른 소비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 총괄은 "MZ세대는 사료 하나, 간식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꼼꼼히 따지고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만큼 고관여 소비자로 분류된다"며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회사가 반려동물에 대해 얼마나 오랫동안 깊이 연구한 곳인지, 진정성을 갖고 만든 제품인지 등인데 이를 간과하면 제품 수명이 짧게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펫 영양제의 대중화를 이어갈 핵심 동력은 전문성에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런 특징을 잘 살린 펫 영양제들이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닥터레이가 꼽힌다. 닥터레이는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가 약 20년에 걸쳐 연구개발한 끝에 론칭했다. 문 총괄은 "어떤 오픈마켓에도 입점해 있지 않고 오로지 자사 온라인몰에서만 판매하는데도 인기가 매우 높다"며 "광고보다는 제품 그 자체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 MZ세대에게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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