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격리 의무 이르면 이달 해제…‘아프면 쉴 권리’는

김향미·민서영 기자 2023. 5. 9. 16: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코로나19 전수검사가 폐지된 지난 3월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코로나19 검사센터가 한산하다. 문재원 기자

정부가 오는 1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한 단계 낮추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고 9일 밝혔다. 정부는 확진자 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단축하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시민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런데 격리 의무가 사라지면 노동자들의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지원책도 함께 사라질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격리 의무 해제’ 검토 배경은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열린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자문위) 회의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상사태 해제에 따른 국내 코로나19 위기단계(총 3단계) 로드맵 조정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현재 7일인 확진자의 격리기간을 5일로 줄이는 단계(1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격리 권고’ 단계(의무 해제·2단계)로 가자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자문위 위원 다수가 긍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말 정부가 로드맵을 발표할 때만 해도 1단계는 5월, 2단계는 7월 시행이 유력했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국내·외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2단계의 일부 조치를 더 빨리 시행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1681명이다.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간 하루평균 신규 확진자는 1만6479명으로 직전 일주일보다 22.2% 증가했다. 마스크 의무 해제, 대면 활동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당국은 확진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중환자 병상 가동률(8일 기준 47.8%), 사망자 발생 규모(최근 1주간 51명) 등에서 큰 변동이 없어 위험도를 ‘낮음’으로 평가했다.

질병청은 9일 위기평가회의를 열고 자문위 논의 내용을 참고해 로드맵 조정안을 논의했다. 통상 방역조치를 최종 결정하는 중대본 회의와 브리핑은 매주 수요일 진행된다. 이번주는 위기단계 하향 조정안을 확정짓기 위해 하루 미뤄 목요일(11일)에 중대본 회의와 브리핑을 개최한다.

우선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로 낮아지면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계획도 이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격리 의무 해제를 위해서는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을 조정(2급→4급)하거나, 2급 감염병 중 격리가 필요 없는 질환으로 고시를 개정하는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해 시행은 이달 말쯤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완화에 속도를 내려면 고위험군 보호 정책이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치명률은 0.11%로 인플루엔자(독감, 0.05~0.1%)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1.91%로 높다.

격리 의무 해제, 향후엔 지원책도 중단될 듯…아프면 쉴 권리는?

현재 확진자 중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1인 가구는 생활지원비로 10만원(2인 이상 15만원)을 받는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유급휴가 지원비(1일 4만5000원, 최대 5일)를 받을 수 있다. 로드맵상 2단계에선 이런 지원이 중단된다.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하는 보호 장치가 사라진다. 격리 의무 해제를 예상보다 빠르게 시행하면 지원책을 유지할 수 있으나 ‘당분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법정 유급병가 제도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다. 코로나19 유행에 정부가 각 사업장에 대응지침을 만들도록 했지만 강제성이 없다. 철도노조 서울지부는 지난달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기관사가 열차 운행을 강요당했고, 결국 확진 상태로 운행을 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에 개선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상병수당 제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불가한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아직 일부 지역에서 선별적으로 시범사업만 진행 중이고, 노동시장 구조상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방역 목적이긴 했지만 격리 의무가 사라지면 (쉴 수 있는) 그런 장치가 없어지는 것이라서 노동자들이 아픈 상태로 일터로 나가고 치료가 지연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유급병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지도 못한다”면서 “상병수당 제도는 시범사업을 잘 시행해 공식 제도로 만들어나가야 하고 당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연차 사용 불가 등의 문제들은 좀 더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 ‘아파도 1년에 1.2일만 쉰다’ 한국 노동자에 유급병가를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208182049005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