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위성영상 제대로 활용하면 ‘양곡법’ 필요없다
4월 25일, 국빈 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메릴랜드주 그린벨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것은 2015년 10월 방미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윤 대통령의 NASA 방문은 정부가 국가우주항공청 연내 개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주·위성 분야의 발전을 가속화하여 세계 7대 우주 강국인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 선진국인 미국은 1972년 최초 지구자원기술위성인 ERTS-1호를 발사했다. 훗날 랜셋(Landsat)으로 개칭된 이 위성은 전 지구를 30m 해상도의 그리드로 거미줄처럼 샅샅이 관측하면서, NASA에서 50여년간 지구촌 구석구석의 정보를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필자의 석·박사 학위논문에도 활용되었던 미국의 랜셋 위성을 통해 식량, 에너지자원 정보를 정밀하고 과학적으로 획득·관리함으로써 국익에 도움되는 경제활동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도 1992년 우리별 위성을 시작으로 현재는 55cm급의 정밀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3A호에 이어 50cm급 국토위성까지 발사해 한반도와 전 지구의 영상을 촬영·제공하고 있다. 또한 2025년 발사를 목표로 농림위성 개발사업도 1169억 원을 투입해 한창 진행 중이다. 농림위성이 발사되면 농작물 생산량 예측과 병해충 관리, 적지적작(適地適作) 등 농업분야를 비롯해 치수방재, 산림자원보호, 산불 피해지역 관리용 등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다.
일례로 3월 23일,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으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좌절된 적이 있다. 필자가 국회에서 누누이 말하지만, 위성만 제대로 활용하면 지금도 읍면동 기준 쌀 수급 및 가격 예측이 가능하고 수요량보다 과도한 필지는 다른 소득작물 재배를 유도해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올해에만 대형산불이 453건이나 발생했다. 총 피해규모도 자그마치 여의도 면적의 약 15배인 4318ha에 달한다. 이는 최근 10년간(306건, 3,065ha) 산불 발생 건수 대비 48%, 피해면적 대비 41%가 증가한 수치로, 산림의 95%가 인력감시에 의존하다 보니 점점 산불에 취약한 산림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산불진화 헬기 GPS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4월 25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ICT 기반 첨단장비를 도입해 산불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산불 피해지역 역시 위성으로 구현한 현장 정보와 감시카메라 정보를 결합하면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위성의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 부처나 지자체에서는 위성에 대해 잘 아는 공무원이 있는지 의문이다. 우주개발 예산 약 7조 7000억원 중 위성개발에만 3조 원이 훌쩍 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활용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난 5년간 아리랑 위성에서 제공한 사진이 17장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목적 실용위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국방·안보 이외에는 공공·민간 활용을 위한 위성영상 서비스 제공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예산과 조직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물론 중앙정부 및 지자체 공무원의 80%가 인문계 행정직이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가 매년 조사해 발간하는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앙부처의 기술직 고위공무원단은 평균 13.8%에 불과하며, 4급 이상으로 기준점을 낮춰봐도 약 25%밖에 되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위성개발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부처다. 개발부서도 위성 활용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공무원들이 전담한다. 그렇다 보니 위성 활용을 두고 다른 부처들과 다투기만 한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5월 발의한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도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과학기술전문 및 자문기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재정적인 지원도 가능해졌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성없는 공무원들이 국가 예산과 조직을 담당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국가예산과 조직을 담당해야 국가의 미래와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단언컨대, 우주산업은 고부가가치형 선진국 산업인 만큼 수많은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석유 한 방울도 안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 강국들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우주와 첨단산업 등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현재 보유한 반도체, 통신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사체와 위성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 생산 및 연구개발(R&D)을 통해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키스톤(keystone)이 될 것이다.
덧붙여 세계 7대 우주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된 위성산업이 실패한 정책으로 남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위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민의 민생에 파고드는 철저한 활용 계획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위성개발에 수조 원을 투입하지만 정작 위성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활용해 국민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각종 보안과 규제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언제까지 비전문가인 기득권 세력 공무원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맡겨야 하는가. 빛나는 대한민국, 우주강국 코리아가 되는 그날까지 필자도 우주과학기술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과 정책적 지원에 앞장서 나가겠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843mhjo@gmail.com
〈필자〉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제21대 국회 유일의 과학기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국내 지구관측 위성 정보 분야 1호 박사로, 40여년간 지구관측 위성정보 기반 연구와 실무를 경험했다. 원격탐사 및 공간정보 분야 교육과 인재 양성에 매진하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우주소위 위원장, 대통령 소속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위성 활용 분야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대선 선대본부에서 우주·과학·ICT융합정책본부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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