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탄소중립, 이제는 실행이 중요한 시점

2023. 5.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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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스1) = 지난 3월, IPCC에서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 The Sixth Assessment Report) 종합보고서를 승인하였다. 이번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향후 30년 안에 1.5℃ 상승은 피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생태계 피해는 돌이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제 온실가스 감축 노력뿐 아니라 선제적 적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1.5℃ 증가가 각 국가가 제시한 감축 목표를 모두 달성한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 제시된 감축 목표를 모든 국가가 달성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수 증가뿐 아니라 식량 안보와 물 안보, 인간의 건강과 사회적 형평성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 영향 범위와 강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지금부터 향후 10년 동안의 정책 결정과 실행이 우리가 어떠한 미래를 맞이하느냐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제대로 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는 기본적인 삶의 영위조차 불가한 파국적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IPCC가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를 승인한 시점에 국내에서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탄소중립 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2021년에 신규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중장기 계획이다. 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의 결론을 적용해보면, 이번 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수립 시점과 계획의 위상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이번 기본계획은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 각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단기간 동안 국가의 부문별 감축 목표와 수단이 수차례 바뀌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실례로 이전 2021년에 2030 NDC 목표를 상향하면서 제시한 부문별 감축 목표가 2년도 지나지 않아 이번 탄소중립 기본계획에서 재조정되었다. 2030년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11.4%로 하향 조정하고 대신 전환부문의 감축 목표를 45.9%로 상향하였다.

그리고 그중 전환부문에서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2021년 2030 NDC 상향안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가 30.2%까지 증가했다가 지난 1월에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3.1월)에서 다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2월) 수준인 21.6%로 하향 조정하였다. 결국 전환부문의 발전 비중 목표는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세차례나 바뀐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탄소중립 기본계획에서 다시 신재생에너지를 추가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아, 내년 말에 수립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다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탄소중립 기본계획에서는 이러한 국가 감축목표를 변경한 사유를 감축 수단별 이행 가능성을 고려한 일부 조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2020년에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제시된 목표와 정책수단들의 이행 가능성을 판단하고 목표를 변경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짧다고 판단된다.

사실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될 당시에도 2030년 중간목표 설정의 과학적 근거 부족과 목표 달성의 불확실성, 산업계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목표 제시 등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러한 비판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 이후 국제사회에 국가의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수단이 보고된 점을 고려하면, 과거 정책이행에 대한 객관적 성과평가 없이 짧은 기간 동안 목표변경만 진행한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국가계획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국가 정책의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법정계획의 위상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정책의 방향성이 수차례 바뀔 경우 기업들의 투자 불확실성은 커지고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문별 감축 목표 중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한 점과 관련하여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국내 산업 구조상, 단기간 내에 산업부문의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 아직 없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올해 10월부터 EU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이 시행될 예정이고 실제 비용 부담이 의무화되는 2026년 이후에는 대상 품목과 배출량 산정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과,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 도입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점, ESG 경영이 확산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와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산업부문의 배출량 저감 노력을 늦춰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국가 법정계획에서 정책적 방향성과 신호를 명확히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목표를 하향 조정한 점은 국제적인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목표변경 문제 지적과 관련하여 탄소중립·녹생성장 위원회에서는 이번 계획을 Rolling-plan 방식으로 주기적으로 수정·보완하고, 이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행점검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정책의 이행점검 체계를 강화하여 기존 정책을 수정·보완하는 것은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사항이며 반드시 실천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수정·보완은 정책이행에 따른 성공과 실패 경험을 통해 가능하며,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정책이행 성과는 단기간 내에 나오기 어렵다.

특히 에너지 정책과 탄소중립 정책은 그 특성상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기적 전략이 필요한 분야이다. 그리고 우리는 2014년에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처음 수립한 이래 지금까지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달성한 성공 경험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표 수치만 변경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정책의 신뢰도를 저감시킬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목표를 변경하는 것보다 정책의 충실한 실행과 이행 결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 및 검증을 통해 더 발전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이러한 과정 없이 목표만 변경하는 과오를 반복해왔으며, 이번에도 다시 주사위는 던져졌다.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 주기는 5년이며, 이 계획에 맞춰 향후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관련 계획들도 연동되어 수립될 예정이다. 우리가 파국적 상황에 도달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앞으로의 정책 추진과정에서 실질적 이행점검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지속적인 평가와 검증을 통해 정책이 개선되어 갈 수 있도록 실행해야 할 것이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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