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날아온 후쿠시마 어민 “인간은 자연에 더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 가져야 한다”

김동환 2023. 5. 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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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속학회 회장 출신 카와시마 슈이치씨 9일 토론회서 발언
1956년 ‘미나마타병’ 집단 발병 사태 언급도…일본 사상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로 기록돼
일본 민속학회 회장을 지내고 2018년부터 후쿠시마현의 어선 승무원으로 활동 중인 카와시마 슈이치(川島秀一)씨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강은미·배진교 정의당 의원 주최 ‘방사능 오염수 무단투기 저지를 위한 한일간 연대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두고 “인간은 자연에 대해 더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강은미TV’ 영상 캡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두고 “인간은 자연에 대해 더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현지 어민의 비판이 9일 제기됐다.

일본 민속학회 회장을 지내고 2018년부터 후쿠시마현의 어선 승무원으로 활동 중인 카와시마 슈이치(川島秀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강은미·배진교 정의당 의원 주최 ‘방사능 오염수 무단투기 저지를 위한 한일간 연대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처럼 말하기 전, 카와시마씨는 ‘후쿠시마현 어민들에게 자신들의 삶이 인위적으로 구분(파괴)되는 상황은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보다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며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사람에 의해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일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와시마씨는 구마모토현 미나미타시 한 화학공장의 지속된 메틸수은 함유 폐수 방류로 인해 1956년 수은 중독성 신경질환 ‘미나마타(水俣)병’ 집단 발병이 확인됐던 일을 끌어왔다. 이 사건은 일본 사상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로 기록됐다.

미나마타병 환자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폐수에 섞인 수은이 바닷물에 희석돼 안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알려졌는데,  잡힌 물고기와 조개를 먹은 지역 주민들이 어패류에 축적된 수은을 간접적으로 섭취하면서 신경 마비·언어장애·난청 등 증상을 일으켰고 사망자도 속출했다.

수은의 바닷물 희석으로 안전하다던 당시 주장은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삼중수소(트리튬)’가 함유된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오염 농도를 법정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류하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내세우는 것과 맥락이 거의 같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오염된 물을 원전 부지 내 수백개의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이 물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상태라고 도쿄전력 측은 설명한다. 일본 측이 보관 중인 물을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정화 과정을 거쳐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남는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L(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해 올해부터 방류할 계획이다.

이에 미나마타병 피해자 관련 일본 현지 단체들은 ‘해양에 방출하는 트리튬 등의 총량은 감소하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각종 시민단체는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정상회담이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투기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했다고 지적한 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 없는 시찰은 한국이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이해하는 것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요식행위에 그치는 시찰단 파견이 아닌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정식 조치로 전환하라”고 단체들은 촉구했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전문가 시찰단을 오는 23∼24일 현지에 파견한다. 시찰단 세부 일정으로는 도쿄전력 관계자 면담과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는 시설인 해저터널 시찰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부처 관계자와 산하기관 전문가로 구성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성실한 설명을 이어가겠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한국 전문가 현지 시찰단 파견, 국장급 협의 등의 기회를 통해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정부 명칭)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이 한국 여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앞으로 계속해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성실한 설명을 이어갈 것”이라며 그는 이같이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전문가 시찰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 내 이해가 깊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시찰단이 오염수 해양 방류 안정성 관련 여러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민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지 우리 나름대로 판단해 일본 측과 협의해 나갈 거라고 지난 8일 YTN ‘이브닝 뉴스’에 나와 밝혔다.

아울러 시찰단 활동 기간이 이틀밖에 되지 않아 형식적 파견에 머무를 것이라는 지적에는 “오염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고 국민 건강, 안전과 관련된 것이라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며 “현장에 갔을 때 확인하고 싶은 모든 정보를 확인하는 중요 계기로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시찰이나 검증이냐 표현상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민 우려와 불안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박 장관은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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