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못넘는 지방시대법, 속타는 지방 소도시

행안부 "지역서 서둘러 법안 통과 원해" 촉구...국회 "자칫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3.17.

지역균형발전 국정과제 컨트롤타워인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이 안갯속이다. 관련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방시대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시대법은 올 3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서 통과됐지만 지난달에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오면서 의결이 보류됐다. 지방시대법은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을 통합하고,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등에 대한 근거를 신설한 특별법이다.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만큼 지방자치단체에선 기대가 크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지방시대법에 새로 포함된 교육자유특구 등 교육관련 조항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시대법 제35조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 규정에 있는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할 수 있다는게 이유다.

하지만 행안부 측은 헌법에서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조항은 교육의 내용이나 교과과정에 대한 규정으로 해석해야지 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자유특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기회발전특구에 수도권이 포함된 것도 논란이다. 당초 정부안에선 기회발전특구 대상을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제한했지만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수정안엔 '수도권 내 접경지역(인천 강화·옹진, 경기 김포·파주·고양·양주·동두천·포천·연천)'과 '인구감소지역 중 위원회가 정하는 지역(인천 강화·옹진, 경기 가평·연천)'이 포함됐다. 앞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마찰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행안부는 수정안이라도 서둘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시대법 통과가 늦춰지면 한시가 급한 지방시대 종합계획 수립에 차질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지방시대법은 시·도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부처별, 부문별 계획을 반영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시대법은 지방소멸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지역주도 균형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며 "지역에서도 지방시대법의 시급한 처리를 원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