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승절 하루 전 키이우 대대적 공습… 푸틴 '확전 선언' 하나

권영은 2023. 5. 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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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지난해 2월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쏟아부었다.

영국 로이터통신·BBC방송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러시아가 약 60대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를 활용해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전승절을 겨냥해 "현대 러시아가 되살리고 있는 모든 낡은 악(惡)은 과거 나치가 그랬듯이 패배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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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키이우에 침공 이후 최대 규모 공격"
9일 러 전승절 기념식 푸틴 연설에 이목
지난해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전승절 기념 행사 도중 대형 화면에 블라디미르 푸틴(앞줄)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지난해 2월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쏟아부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상대로 거둔 옛 소련(현 러시아)의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5월 9일)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대규모 공습이었다.

그동안 러시아가 전승절을 군사력 과시의 기회로 삼아 왔던 만큼, 현재 전 세계의 이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의 대통령의 '입'에 쏠려 있다. 최근 크렘린궁 드론 폭발 사건까지 겹치면서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 연설을 통해 '확전'을 언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러, 전승절 앞두고 60여 대 자폭 드론... 미사일 공습도

영국 로이터통신·BBC방송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러시아가 약 60대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를 활용해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클리치코 시장은 "이 중 36대를 키이우 상공에서 격추했고, 떨어진 잔해로 인해 5명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샤헤드는 높은 고도에서 기체에 탑재된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반적인 공격용 드론과 달리, 직접 목표물에 충돌하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무인기다. 이른바 '가미카제 드론'으로 악명이 높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10개주(州)에도 미사일 공습 경보가 하루 종일 울렸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지난 24시간 동안 키이우를 비롯해 수미,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헤르손, 자포리자, 오데사, 드니프로, 루한스크, 도네츠크가 공격을 받아 민간인 3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는 박격포와 탱크,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드론 등을 동원해 127곳을 타격했다.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구호품을 보관하던 국제적십자사 창고 건물이 러시아 폭격기의 미사일 8발 공격을 받아 불탔다. 건물 잔해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구호품 분배도 중단됐다.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전승절 열병식에 대비해 연습하고 있다. 모스크바=신화 뉴시스

푸틴의 전승절 연설, 전쟁 분기점 될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침략 전쟁 개시 후 두 번째 전승절을 9일 맞는다. 지난해 전승절 기념식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한 푸틴 대통령이 이번엔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 3일 새벽 크렘린궁을 겨냥한 드론 공격의 배후로 우크라이나와 미국을 지목하면서 긴장이 한껏 높아진 상태다. 푸틴 대통령이 이 공격을 명분으로 삼아 확전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전승절 행사엔 옛 소련 정상들도 대거 초대된다.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의 정상을 초대하지 않았던 지난해 기념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정상들이 붉은광장에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러시아의 세(勢)를 과시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우려한 탓인지, 20여 개 도시에서 전승절 열병식이 무산되는 등 전체 규모는 예년보다 축소됐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벨고로드주의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도심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군 차량과 군인의 행진은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열병식 취소 이유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전승절을 겨냥해 "현대 러시아가 되살리고 있는 모든 낡은 악(惡)은 과거 나치가 그랬듯이 패배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을 기념하는 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동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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