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편의점 담배광고 논란 '끝'...'시트지' 떼고 '금연광고' 붙인다

정부가 편의점에 금연광고 부착을 추진한다. 대신 편의점주들이 내부의 담배광고가 외부에서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부착한 반투명 시트지는 떼어낸다.

9일 국무조정실, 보건복지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복지부 등 정부 당국과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한국편의점주협의회 등 업계관계자들은 이같은 내용에 사실상 합의했다. 규제심판부는 오는 17일 최종 권고안을 정부와 업계에 전달할 계획이다.

금연광고는 편의점 내부의 담배광고가 가장 잘 보이는 외벽 1개면에 보행자의 평균 눈 높이에 맞춰 부착한다. 포스터가 내부를 가리지 못하도록 포스터는 반투명시트지로 제작할 방침이다. 전면의 통유리 범위가 넓은 매장의 경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광고 포스터 등으로 담배광고를 최대한 가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앞서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편의점 내부에 담배광고 외부노출을 막는 조치로 반투명 시트지를 부착하고 있는 실태의 적절성을 따져보기 위해 '편의점 등 소매점 담배광고 규제 합리화 방안'을 상정하고 기재부, 복지부 등 정부 당국과 업계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해왔다.

현행 담배사업법·국민건강증진법은 편의점 등 담배소매점 내 담배광고를 허용하면서도 광고내용이 외부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규정은 그간 유명무실했지만 복지부가 2019년 감사원으로부터 판매점의 담배 광고 외부 노출을 단속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후 2022년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예고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가 대대적 단속을 예고하자 편의점주들은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출입문과 유리창에 반투명 시트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투명시트지 부착으로 매장 내부 상황을 밖에서 볼 수 없게된 상황에서 강력범죄가 잇따랐고 편의점 업계에서는 규제개선을 요구해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편의점 범죄는 2018년 1만780건에서 2021년 1만5488건으로 늘었다.

논의 초반 편의점 업계에서는 담배광고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외부 노출 금지 단서를 삭제할 경우 사실상 담배광고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조치가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17일 '편의점 등 소매점 담배광고 규제 합리화'를 규제심판제도에 상정하고 지난달 21일까지 온라인에서 토론을 진행하는 등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편의점 업계는 자율규제 방식으로 반투명 시트지 대신 금연광고 부착을 제안했다. 반투명 시트지 부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근무자 안전사고는 예방하면서 담배광고가 외부로 비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법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에는 24시간 일용품 판매 소매점의 출입문이나 창문은 내·외부로의 시선을 감소시키는 필름 등을 부착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반투명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광고를 부착함으로써 이같은 규정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금연광고를 통해 나름의 법 위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행법이 담배광고가 외부로 비치는 것을 금하고 있으나 반투명 시트지를 붙인다고 해도 보는 사람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담배광고는 외부에 일정 부분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담배 광고를 일부러 외부에 노출할 의도가 있었느냐를 판단해야 하는데 금연광고를 이 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전날 발표한 '담배 광고의 외부노출 규제 현황 및 개선방향'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해외 사례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규제법령(담배광고는 허용하되 외부 노출은 금지)은 시행상 한계를 지니고 있고 효과성도 입증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안전문제가 불거진 편의점 반투명 시트지는 하루라도 빨리 제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종국적으로, 영업소의 담배 광고·진열에 대해 포괄 규제하는 입법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복지부는 금연광고를 통해 반투명 시트지 부착으로 인한 편의점 근무자들의 안전 문제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담배광고와 담배진열의 금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위치한 영업소만이라도 담배광고와 담배진열을 금지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국회에서 합의가 필요하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