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助) 싫어…간호조무사 말고 '실무간호사'로 불리고 싶었다"

정심교 기자 2023. 5. 9. 15:4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72만여 명의 간호조무사 단체인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최근 언론을 대상으로 "간호조무사의 줄임말을 간무사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줄임말을 간무협으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간호조무사의 명칭은 원래 '간호보조원'이었다. 1988년 간호보조원에서 명칭을 변경할 때 협회 내에서 공모를 해 '간호실무사' '준간호사' 등 후보를 다양하게 모았고, 우리(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실무사를 최종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간호사협회(그가 대한간호협회를 부르는 말)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도저히 타협이 안 됐다. '너네(간호실무사) 이름에 '실무'가 붙으면 우리(간호사)는 마치 실무를 보지 않는다는 것 같다'란 지적에서다. 누군가가 '그럼 그냥 간호조무사라고 해라'라고 들었다. 그게 그냥 우리 이름이 된 것이다. 결국 우리 이름도 우리가 못 지었다. 마치 홍길동이 형을 형으로 부르지 못한 것과 같은 처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격 인터뷰] 이종잠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부회장

72만여 명의 간호조무사 단체인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최근 언론을 대상으로 "간호조무사의 줄임말을 간무사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줄임말을 간무협으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는 다수 매체에서 '간조사', '조무사' 등으로 보도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책이다. 이 협회는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단체인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의 의견을 거치지 않고 만들었다',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고졸로 제한하는 악법'이라는 주장을 펼쳐오며 언론에 오르내렸다.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만난 이종잠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부회장에게서 용어에 민감해하는 그들만의 속사정을 들었다.

이종잠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부회장이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간호조무사 명칭에 대한 속내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Q. '간무사'는 되고 '간조사·조무사'는 왜 안 되나?
"우리는 엄연히 간호인력이다. 그런데 '조무사'의 한자 뜻을 풀어보면 '뭐든 지원해주는 인력'이라는 뜻만 들어있지, '간호'는 빠져있다. 따라서 간호의 의미를 넣은 '간무사'가 간호조무사의 공식 약칭이어야 한다. '간조사'도 안 된다. '간조사'란 줄임말은 우리가 써본 적 없는 말인데 어디선가 이상하게 만들어져 나온 것이다. 간호의 뜻은 있지만 보조에 쓰이는 '조(助)'라는 말이 좀 그렇기도 하고, 우리가 쓰지 않은 단어인데 누가 이걸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간호조무사' 또는 '간무사'로만 부르기로 했다. 우리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달라."
Q. '간조사'는 싫다지만, 간호조무사 이름에 조(助)가 있다.
"간호조무사의 명칭은 원래 '간호보조원'이었다. 1988년 간호보조원에서 명칭을 변경할 때 협회 내에서 공모를 해 '간호실무사' '준간호사' 등 후보를 다양하게 모았고, 우리(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실무사를 최종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간호사협회(그가 대한간호협회를 부르는 말)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도저히 타협이 안 됐다. '너네(간호실무사) 이름에 '실무'가 붙으면 우리(간호사)는 마치 실무를 보지 않는다는 것 같다'란 지적에서다. 누군가가 '그럼 그냥 간호조무사라고 해라'라고 들었다. 그게 그냥 우리 이름이 된 것이다. 결국 우리 이름도 우리가 못 지었다. 마치 홍길동이 형을 형으로 부르지 못한 것과 같은 처지다."
간호조무사는 1967년부터 '간호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배출돼 왔다. 이 시기엔 '중졸 이상'이면 가능했으나 1985년 '고졸 이상'으로 학력이 상향됐고, 1988년 현재의 '간호조무사'로 명칭이 변경됐다.
Q. 어떤 명칭이길 원했었나?
"우리가 가장 원했던 이름은 원래 '실무간호사'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간호'란 단어가 직업명의 앞에만 들어갈 수 있고, 뒤에 붙을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간호조무사에서 보듯, 간호가 앞에 들어간 것이다. 외국의 선례를 보면 일본에선 간호조무사에 대해 '준간호사'라고 부르며, '실무간호사', '책임간호사'라고 부르게 하는 나라도 있다. 국내에선 '실무간호사'가 안 된다고 하니 '간호실무사'도 좋다. 하지만 우리 의지가 반영되지 못한 채 '간호조무사'가 됐다. 이에 대해 우리(간호조무사)끼리 그런다. 우리가 홍길동이냐고. 내 이름을 내가 마음대로 못 부르냐고 말이다. 게다가 의사(醫師)·간호사(看護師)의 '사'가 스승 사(師)인데, 간호조무사의 사는 선비 사(士)자다. 이에 대한 차별 논란이 1988년 간호조무사 명칭 제정 때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Q. 간호협회를 간호사협회로 부르는 이유는?
"나는 간호협회를 간호협회라고 부르지 않는다. 간호협회라고 하려면 간호인력을 다 아울러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간호협회는 간호법도 그렇고 간호사만 아우르기 때문에 '간호사협회'라고 표현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