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방사능 맥주’ 논란···수입 일본맥주 생산지를 알아봤더니
“아사히 맥주, 후쿠오카서 생산···방사능 무관”
기린맥주도 후쿠오카현 아사쿠라시 공장서 생산
삿포로·에비수맥주, 규슈 공장 생산 제품만 수입
# 아사히맥주 공장 간판 앞에 있는 방사선 측정기에 수치가 0.57μSv/h(시간당 마이크로시버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설정한 제염 목표 기준인 0.23μSv/h의 2배도 넘는 수준이다.
글쓴이는 “후쿠시마에 있는 아사히맥주 공장은 지금도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공기, 흙, 지하수 모두 방사능에 오염된 곳에서 생산된 맥주를 누가 마시는 걸까?”라고 적었다.
이 같은 사진과 글이 담긴 이미지가 최근 온라인상에 전방위로 퍼져나가고 있다. 후쿠시마는 2011년 3월 동일본(도호쿠) 대지진 당시 원전 폭발이 일어난 지역이다. 위 이미지를 본 누리꾼들은 ‘방사능 맥주를 어떻게 마시냐’며 불안과 걱정을 쏟아냈다. 다시 불매하겠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보인다.
한동안 잠잠했던 일본산 맥주 안전성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달 출시된 아사히맥주 신제품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을 계기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부각되면서 일본맥주를 둘러싼 우려가 새삼 재점화한 모습이다.
9일 경향신문은 주요 일본산 맥주 수입업체에게 수입품 생산지를 물어봤다. 업체들은 “국내로 정식 수입되는 맥주는 후쿠시마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방사능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아사히맥주 공장이 후쿠시마에도 있는 건 맞다. 일본 본사는 홈페이지에 홋카이도, 후쿠시마, 이바라키, 나고야, 스이타, 하카타 등 6개 지역에서 맥주 생산공장을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이 중 한국에 들여오는 아사히맥주는 후쿠시마에서 1000㎞ 이상 떨어진 규슈지방 후쿠오카에서 만든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수입사인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6개 공장 중 국내에 들어오는 캔맥주와 생맥주는 전량 후쿠오카의 하카타공장에서 생산한다. 병맥주는 중국에서 만들어 가져온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 역시 하카타공장에서 생산한다. 뚜껑이 완전히 개봉되고 열자마자 거품이 올라오는 생맥주캔은 일본 현지에 이어 국내에서도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미심쩍다면 아사히 캔맥주의 경우 바닥면에 맨처음 나오는 알파벳을 보고 제조공장을 확인하면 된다. 국내 상점에서 파는 아사히맥주에는 하카타공장을 의미하는 알파벳 ‘D’가 표시돼 있다. 일본 아사히맥주에 따르면 현지에서 유통 중인 후쿠시마산 맥주에는 ‘H’가 표시돼 구분된다.
또한 국내에 들어오는 기린맥주는 후쿠오카현 아사쿠라시에 있는 공장에서 나온다. 수입사 하이트진로 측은 “캔맥주와 생맥주는 후쿠오카 공장에서 생산하고, 병맥주는 중국에서 만든다”고 밝혔다.
삿포로맥주와 에비스맥주를 수입하는 엠즈베버리지는 “규슈지역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만 수입한다”고 말했다. 삿포로와 에비스를 취급하는 삿포로맥주는 오이타현 히타시에 규슈 히타공장을 두고 있다. 이 공장 역시 후쿠시마와의 거리가 1000㎞ 이상이다. 오비맥주가 판매하는 산토리맥주는 후쿠시마에서 600km 정도 떨어진 교토에서 생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당국자는 “수입 시 용도와 관계없이 모든 일본산 식품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 맥주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식약처 ‘수입식품방사능안전정보’ 홈페이에서 소비자들도 확인이 가능하다.
2019년 일본의 대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가 다시 촉발한 ‘노재팬(일본제품 거부)’ 운동이 최근에는 잦아들자 일본맥주 수입량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662만6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4% 늘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단행되기 직전인 2019년 2분기(1901만 달러) 이후 최다 규모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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