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받습니다” 단속 없는 대학 축제 암표…대학선 “학생 자치” 뒷짐

2023. 5. 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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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원) 위부터 받습니다. 실물 티켓 수령까지는 경매 방식입니다."

연세대 재학생 최모(22)씨는 "친구들과 함께 티켓팅을 했는데 혼자 실패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암표를 알아보고 있다"며 "축제 직전에는 티켓 가격이 더욱 많이 올라서 차라리 10만원대인 지금 빨리 거래하는 게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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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 앞두고 올해도 ‘암표’ 기승
“경매 판매…16 이상부터 부르세요”
단속 없는 대학…“학생 자치라 개입 못해”
“폐쇄적 축제가 암표 조장” 지적도
SNS 오픈 채팅방 캡쳐.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16(만원) 위부터 받습니다. 실물 티켓 수령까지는 경매 방식입니다.”

오는 20일 열리는 연세대 응원단 주최 축제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아카라카)’ 앞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 채팅방을 통해 티켓 구매를 의뢰하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앞서 1만여장의 한정된 물량으로 진행된 티켓 판매 이후, 암표 거래 의뢰가 이어지자 ‘경매’ 방식으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이에게 판매하겠다는 것. 16만원은 티켓 정가인 1만7000원보다 6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5월 대학가 축제를 앞두고 올해도 ‘암표’ 거래가 성행하고 있지만, 대학 차원에선 ‘학생 자치’의 영역이라며 별다른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학이 개입하기보단 행사를 주최하는 학생회, 혹은 응원단에서 관리할 몫이라는 게 대학 측 입장이다.

대학가 커뮤니티 등에는 아카라카 티켓을 구매하거나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아카라카 티켓 10(만원)에 삽니다”, “선입금 받는 조건으로 20(만원)에 판매합니다” 등 티켓은 10만원대부터 높게는 2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연세대 재학생 최모(22)씨는 “친구들과 함께 티켓팅을 했는데 혼자 실패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암표를 알아보고 있다”며 “축제 직전에는 티켓 가격이 더욱 많이 올라서 차라리 10만원대인 지금 빨리 거래하는 게 낫다”고 했다.

대학 축제 암표 거래는 매년 반복되는 문제다. 특히 대학 축제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연세대 아카라카와 고려대 봄 축제 ‘입실렌티’에 암표 거래가 집중된다. 지난해 아카라가는 3년 만에 대면으로 축제가 개최되며 30만원선까지 암표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이에 재학생들 사이에선 처음부터 암표 판매를 목적으로 티켓을 구매해 가격을 올리는 이들이 몰린다는 불만도 나온다. 고려대 졸업생 권모(27)씨는 “티켓이 한정돼 있다보니 어느 정도 구매 경쟁은 피할 수 없겠지만, 암표 거래로 이어지면서 대학생들이 일부 상업적으로 이용된다는 생각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에선 축제 운영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몫이라는 입장으로, 암표 거래와 관련해 선제적인 조치를 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암표와 관련해 학교가 나서서 조치하진 않으며 응원단 차원에서 조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관계자 역시 “축제 운영은 기본적으로 학생 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먼저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학생회나 응원단 측에서 먼저 요청을 해오면 협조해 단속에 나설 수는 있다”고 했다.

재학생들에 한정해 입장을 허가하는 축제 운영 방식이 암표 거래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대학 캠퍼스는 지역사회와 함께 존재하는 공간인 것을 고려하면, 재학생들만이 입장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축제 자체가 폐쇄적이며, 이런 운영 방식이 암표 거래를 더욱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암표 단속도 중요하지만 대학 축제를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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