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언, 삼성·SK 안방서 車메모리 발표···"16조 시장 잡는다"
낸드 아닌 '노어 플래시'로 차별화
수평배열로 안전성 뛰어나 車에 최적
8배 빠른 LPDDR 플래시도 첫선
내년부터 양산, 전장 지배력 강화
미래차 시대 K반도체와 본격 경쟁
세계 차량용 반도체 1위 회사인 독일 인피니언이 신개념 자동차 메모리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에서 소개했다. 차량용 반도체 메모리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202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를 제시한 삼성전자, 자동차 메모리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SK하이닉스 등 기존 메모리 강자와 16조 원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인피니언은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신개념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셈퍼(SEMPER) X1’을 발표했다. 셈퍼 X1은 자동차 에어백, 전·후방 카메라 등 자동차 내 다양한 곳에서 각종 디지털 정보를 저장했다가 연산장치로 전달하는 플래시 제품이다. 셈퍼 X1은 ‘노어(NOR)’ 플래시 제품이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로 생산하는 저장 장치인 ‘낸드’ 플래시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다.
노어 플래시는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D램(52.6%), 낸드플래시(44.3%) 점유율보다 훨씬 작은 2% 수준이다. 2010년대 3D 낸드 플래시가 등장하면서 노어 플래시의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피니언이 노어 플래시 분야를 고집하는 것은 이 제품이 회사가 자신 있는 자동차 분야와 찰떡궁합이기 때문이다. 노어 플래시는 저장 공간을 수평으로 배열한 반도체다. 저장 공간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낸드 플래시보다 용량은 적지만 설계 특성상 데이터 읽기 속도가 훨씬 빠르다. 낸드 플래시 제품보다 안전성도 높고 정보를 비교적으로 오랫동안 기억한다. 차량용 반도체의 필수 조건인 신뢰성과 속도를 모두 만족하는 셈이다. 최재홍 인피니언코리아 부사장은 “자동차 전자 장치 안에서는 낸드보다 노어 플래시의 활용도가 훨씬 크다”고 자신했다.
게다가 인피니언은 간담회에서 기존 노어 플래시 개발에서 멈추지 않고 칩 구조 개선으로 속도를 업그레이드한 ‘LPDDR 플래시’를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이 제품은 기존 플래시 제품에서 서로 다른 장치를 연결하는 부분인 인터페이스에 변화를 줬다. 기존 ‘xSPI’라는 인터페이스에서 ‘LPDDR’로 변경하면 정보 이동 속도가 기존 제품 대비 8배나 빨라지고 읽기 속도는 20배나 올라간다. 만약 운전자가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동차 내 플래시가 8배 빨리 동작해 실시간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피니언의 LPDDR 플래시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해 전기차·자율주행 자동차에 적용된다. LPDDR5 플래시 메모리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UMC 40㎚(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든다.
인피니언은 업계에서 차별화한 LPDDR 노어 플래시로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거듭 전달했다. 현재 12.4% 점유율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 1위를 기록 중인 인피니언은 전체 회사 매출 구조에서 메모리 사업 비율이 단 5%다.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외에도 완성차 업체가 필요한 빠르고 신뢰성 높은 메모리를 적기에 전달해 사업 외연 확장, 전장 반도체 시장 지배력 강화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간담회에서 제품을 발표한 라이너스 웡 인피니언 디렉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노어 플래시를 생산하지 않는다”며 “메모리 시장에서 아주 작은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지만 특별한 기술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메모리 회사를 보유한 한국에서 차량용 메모리 제품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도 차량용 메모리 시장 진출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7년 16조여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제품군을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것이다. 차량용 D램·낸드 제품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2025년 차량용 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7년 연속 신기록을 달성했다”며 “자동차 시장은 2030년 메모리 반도체 응용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시기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담당은 “10년 이후 차량에 들어가는 메모리 소요량이 현 시점보다 5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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