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라코위츠 한국 첫 개인전...'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기사내용 요약
세계적인 이라크계 미국인 작가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서 개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군 캐릭터 인형' 코디(Cody)는 전시 진열장 속에 갇혀 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봉헌 조각상 유물들에게 함께 탈출하자고 권한다. 조각상들은 딱딱히 굳은 채 말없이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그러자 코디도 온순히 수메르 조각상 옆에 스스로를 앉아 전시품 일부가 되어버린다.
이 (코디)인형은 2005년 이라크의 무장 단체가 인질로 잡은 미군 사진의 실체로 밝혀지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 주둔 미군 기지에서만 판매되는 이 인형은 파병 대원들이 자기를 대신할 장난감으로서 고향의 자녀들에게 많이 보내는 물건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이라크계 미국인 작가 마이클 라코위츠(49)는 "수메르의 봉헌 조각상도 이와 비슷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헌신과 신앙을 담아 자신을 대신하는 물건으로서 바쳤던 것들"이라며 "2004년에 이라크에 파병되어 임무를 수행한 바 있는 진 맥길-프래더 퇴역 병장의 목소리를 통해 코디를 고대와 현대, 사물과 실제 인간 경험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대리인으로 설정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를 14분42초에 담은 영상 '특수부대원 코디의 발라드'를 제작했다. 맥길-프래더의 충격적인 경험담을 통해 개개인으로서 미군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전쟁의 양가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9일 서울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마이클 라코위츠의 한국 최초 개인전을 개막했다.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칼후의 북서 궁전, F실(室), 남동쪽 입구; S실, 남서쪽 입구)'를 주제로 작가가 20여 년간 전념하고 있는 핵심 작품들을 선보인다.
라코위츠는 이라크계 유대인이다. 이라크를 떠나 미국으로 망명해야만 했던 가족의 이주사 그리고 전쟁에 의해 소실된 이라크의 메소포타미아 문화 유적을 재현(reappear)하고 되돌리는(return) 작업을 지속해 왔다.
2020년 내셔 조각상, 2018년 허브 앨퍼트 예술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티파니 재단상, 2008년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상, 샤르자 비엔날레 심사위원상, 2006년 뉴욕 건축 및 환경 구조 예술 펠로우십, 2003년 데나 재단상, 2002년 UNESCO의 Design 21 그랑프리를 수여받은 바 있다.
2018년, 작가는 런던 시 주최 '네 번째 좌대' 커미션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1만500개의 이라크 데이트 시럽 캔으로 제작한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라마수)'를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선보인 바 있다. 최근 작가는 이 작품을 테이트 모던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대영박물관의 소장된 아시리아 라마수의 반환을 제안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재 시카고에서 거주하고 활동하며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미술 이론 및 실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전시 제목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원전 575년 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 통치하에 건축된 이슈타르의 문을 지나 웅장하게 뻗은 행진의 거리명 ‘아즈 이부르 샤푸(Aj-ibur-shapu)’를 번역한 것이다.
작가는 보잘것없는 포장재부터 고대 아시리아 석판 부조까지 무력에 의해 밀려나 인간과 함께 사라져 버린 모든 사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로부터 실질적인 치유법을 제안한다.
라코위츠의 대표적인 영상 작업 '특수부대원 코디의 발라드'(2017), 영상설치 '리턴'(2004–진행 중)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칼후의 북서 궁전(칼후의 북서 궁전, F실(室), 남동쪽 입구; S실, 남서쪽 입구)'(2023) 7점도 처음 공개한다. 2015년 ISIS에 의해 파괴되기 전 칼후 북서 궁전의 벽면을 장식했던 석판 부조를 아랍어-영어 신문지와 중동 식품 포장재를 사용해 재현하고, 실제 건축물의 구조 및 크기와 동일하게 설치한 작업이다. 전시는 7월30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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