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였으면... ‘김남국 코인 거래’ 무조건 모두 공개해야
코인 거래 1등 한국, 공직자 윤리 너무 낮아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및 매매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한국 공직자의 가상자산에 대한 지나치게 낮은 윤리 규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가상자산 매매 규모가 매년 성장하고, 때때로 하루 거래량이 세계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투자자도 많지만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가상자산을 재산 신고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는 것을 넘어 공직자들의 신고 의무 대상에도 포함시키는 추세다.
관련 규제를 가장 면밀히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고위 공직자들을 감찰하는 정부윤리청(OGE, Office of Government Ethic)에서 이들의 가상자산 형성 내역을 지속적으로 감찰하고 있다. 2018년 미국에서 개정된 ‘의회에서 얻은 지식으로 거래 중지(STOCK·Stop Trading on Congressional Knowledge)법’에 따르면, 미 의회 의원들은 가상자산을 포함한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는 이 법에 따라 매매일 기준 45일 이내에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고위 공무원의 경우 직무와 연관되는 가상자산을 보유했다고 판단되면 해당 직무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에서는 8명의 국회의원들과 그 가족들이 1000~10만 달러의 가상자산을 거래했다고 공개했다. 가상자산 지지자로 알려진 공화당의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지난 2021년 약 1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하면서 보고 기간인 45일을 넘기고 공개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공개를 하긴 했는데, 시한을 넘겼다고 비난을 받은 것이다. 루미스 의원측 대변인은 CNBC에 공개 지연이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제출 오류’ 때문이라고 해명한 끝에야 징계를 면했다.
공시 내용을 토대로 의원들의 투자 내역을 자산별, 의원별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생겼다. 예를 들어 ‘하우스와처닷컴(housewatcher.com)’같은 사이트에선 최근에 비트코인에 투자한 의원을 검색해볼 수 있다. 9일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2021년 6월 이후 의원 2명이 총 6건의 매수 거래를 했다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럽의 기준 또한 엄격하다.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5차 자금세탁 방지법(AML)에 의해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반드시 국가별로 내국인 정치적 주요인물 리스트를 구축하고 주기적으로 가상자산을 포함한 이들의 자산 정보를 갱신해서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회원국이 발표한 국가별 PEP(Prominent public functions) 리스트를 EU가 취합하여 ‘EU PEP 통합리스트’를 다시 회원국에 발표한다.
EU는 PEP에 국가원수, 장관, 중앙·지방정부 고위공무원, 외교 공무원, 군대·경찰·첩보기관 고위공무원, 고위법관, 국영기업 임원, 종교계 지도자, 정당 당직자, 시장 등 고위 공직자 대부분을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NFT 거래 또는 NFT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AML의 변경안에 대해 협상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대만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대만 법무부는 공무원들이 일정 금액 이상 가상 화폐를 보유할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의 공무원들은 현금·증권·예술작품 등을 포함해 100만 대만달러(약 43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재산을 신고해야 한다. 현재 신고 의무 대상인 재산 유형에 가상 화폐는 빠져있는데, 이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이르면 공무원들이 연간 보유자산을 신고하는 올해 11월쯤 가상화폐가 신고할 재산 목록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지난 2021년 7월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를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도입했다.
한편 중국은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가 자국의 경제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중국인들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지난 2020년 상속·결혼·재산·시민권 보호 등에 관한 새로운 민법이 통과되면서 가상 화폐도 자산의 일종으로 상속받을 수 있게 됐다. 상속법에서 규정하는 상속 가능한 자산범위가 가상화폐를 비롯한 인터넷상 자산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중국 내 가상화폐 보유자들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자산을 개인 자산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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