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러, 박물관에 있어야 할 구닥다리 전차도 전장에 투입”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에 대비해 방어선을 구축 중인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직후 개발된 구닥다리 전차까지 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구식 전차 T-54/55를 전쟁터에 내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T-54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해인 1945년 시제품이 개발돼 1948년부터 본격 생산된 모델이다. T-55는 T-54의 개량형으로, 서방에서는 T-54와 T-55를 거의 동일한 모델로 분류한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및 시리아 전쟁 상황을 추적하는 자원봉사자 단체 분쟁정보팀(CIT)이 T-54/55 전차가 기차로 운송되는 장면이 포착된 사진을 지난 3월22일 공개했다. CIT는 이 전차들은 극동 연해주 아르세니예프 기지 창고에 있던 것이라고 전했다. 3월 말에는 한 여성이 기차에 실려 운송 중인 T-54/55 전차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몇 주 사이에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이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배치된 T-54/55 전차 사진을 올리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냉전 시기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주력 전차로 사용됐던 T-54/55 전차는 1980년대 초반까지 10만대 이상이 생산된 ‘베스트셀러’다. 1956년 헝가리 봉기와 1968년 ‘프라하의 봄’ 시위 등 냉전 시기 소련이 무력을 과시한 역사적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T-54/55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사용 및 수리가 편리하고 신뢰성이 뛰어나 소련 및 동구권을 넘어 이집트, 중국, 수단에서도 사용됐지만 1980년대 초 이후 생산이 중단됐다.
영국 제국전쟁박물관(IWM) 수석 큐레이터 존 딜레이니는 “소련이 1980년대에 T-55를 폐기하기 시작했을 당시에도 2만8000대 이상이 남아 있었으며 이 중 상당수가 폐기되지 않고 보관됐다”면서 “창고에서 수리되기를 기다리는 전차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박물관의 유물’을 꺼낸 것은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이 예고된 상황에서 무기 손실이 누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의 전쟁 정보 웹사이트 오릭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침공 초기 투입했던 전차 3000대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900대를 잃었다. 사용과 수리가 간편해 훈련이 덜 된 러시아 징집병들이 조작법을 빨리 익힐 수 있다는 점도 러시아가 T-54/55를 창고에서 끄집어낸 이유로 꼽힌다.
T-54/55가 전면적인 전차전에 투입될 가능성은 낮다. 전선 후미에서 장거리 포를 대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제국전쟁박물관(IWM) 선임 큐레이터인 역사학자 존 딜레이니는 “전차전을 피하면서 이 전차들을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참호에 전차를 넣어두고 적의 반격에 대응하는 포대로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침략자가 갑자기 수세적인 입장에 몰렸을 때 방어적인 입장에서 사용하기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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