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나가던 '닥터 차정숙', 크론병 묘사 항의에 난감…제작진 '고심 중'[이슈S]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다뤄진 크론병 묘사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민원이 속출한 가운데 제작진도 대응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닥터 차정숙' 관계자는 9일 스포티비뉴스에 "크론병 관련 장면에 대한 문의에 제작진의 입장을 확인 중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주 방송된 '닥터 차정숙' 7~8회 방송분에는 크론병 환자의 사례가 다뤄졌다. 젊은 남성이었던 환자는 항문 복원 수술에 재차 실패하자 장루를 달고 지내야 하는 삶에 크게 좌절해 우울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장인, 장모가 찾아와 "어떻게 이런 몹쓸 병을 숨기고 결혼을 할 수가 있느냐", "이 병은 유전도 된다면서"라는 발언으로 상처를 줬다. 결국 이 남성은 유서를 남기고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를 선택했고, 그를 말리기 위해 나선 담당 의사 차정숙(엄정화)이 함께 떨어지면서 주변 인물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다행히 119 구조대에서 일찌감치 매트를 설치해 두 사람 모두 목숨을 건졌고, 차정숙이 이 환자의 삶의 의지를 북돋기 위해 응원에 나서는 모습으로 따뜻하게 마무리 됐다.
그러나 방송 이후 실제 크론병 환자들이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방심위에 직접 민원을 접수해 해당 장면 정정 및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크론병은 유전병이 아닌데도 유전병으로 표현된 점이 잘못된 정보라는 지적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발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양한 유전, 면역, 환경 요인이 상호작용해 일으키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정보포털에 따르면 크론병은 일부 유전적 소인을 가진 환자에게 발생 가능성이 높고, 가족력이 있으면 좀 더 발생하기 쉽다는 보고가 있으나 단정적으로 유전 이상으로 생긴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 소인이 있으나 확률이 매우 낮고, 유전 질환보다는 가족 내 발병률이 다소 증가하는 가족성 질환으로 설명할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
'닥터 차정숙'은 전문 의학드라마보다는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1회부터 각종 의학 용어에 대한 자막을 삽입하지 않는 만큼, 의학적인 포인트 보다는 스토리 흐름에 맞게 주인공이 환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따뜻한 영향력을 끼치고 성장해나가는지에 초점을 뒀다.
극 중 '몹쓸병', '유전' 등을 언급한 것은 의사 캐릭터가 의료 정보로 언급한 것이 아니라 병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환자 가족의 대사다. 극 전개상 병을 숨기고 결혼한 사위에게 격분한 상황에서 화를 쏟아낸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유전병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주변인들이 해당 요인을 확대 해석하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묘사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무리 드라마 속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라지만 실제 크론병 환자들에게는 이같은 편견을 드라마에서 마주하는 것이 상처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드라마가 갖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극 전개 외에도 이 환자가 잘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미덕이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주는 의료진의 묘사가 몇 마디라도 들어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7'에서는 암 수술을 받은 남편 성동일이 병동에서 즐겨보던 드라마 속 암 환자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환자들이 크게 상심하는 모습이 다뤄졌다. 이에 아내 이일화가 드라마 작가에게 이같은 사정을 전하며 호소해 결국 기적적으로 완치되는 이야기로 결말이 바뀌는 에피소드가 담긴 바 있다.
스포티비뉴스 취재에 따르면 실제 '닥터 차정숙'에도 크론병 에피소드 속 해당 환자가 이후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살아가는 내용이 대본 상에는 담겨있었다는 후문이다. 빠른 전개를 위해 차정숙이 환자의 휠체어를 직접 밀고 각종 병동을 돌아다니며 삶의 의지를 북돋는 장면에서 에피소드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편집된 지점이 일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남긴 것으로 추측된다.
'닥터 차정숙'은 지난 8회 방송으로 시청률 16.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JTBC 역대 시청률 5위에 올랐다. 빠른 전개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이같은 논란을 마주한 제작진의 고심이 깊은 상황. 특히 드라마적 표현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실제 환자들의 마음을 속상하게 할 수 있는 만큼 공식 입장에 거듭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