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에 올라 탄' 두산..미주시장 질주하는 두산밥캣

정상균 2023. 5. 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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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서 두산그룹 캐시카우로
미주 시장 폭발적 성장에 호황 맞아
올 1분기 영업이익 3697억원 90%↑
지난해 영업이익률 13% 역대 최대
자율주행 등 신기술 접목 영역 확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엑스포 2023' 두산밥캣 부스를 방문해 무인 전기콘셉트 로더 '로그 X(Rogue X)' 앞에서 마이크 볼웨버 북미지역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 제공

[파이낸셜뉴스] 두산그룹이 미국시장에서 질주하는 '밥캣'에 올라탔다. 두산밥캣이 그룹 전체 매출(지난해 기준 17조원)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성장한 것이다. 인수 15년 만이다. '미운 오리' '승자의 저주'로 불리며 그룹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던 밥캣의 부활이다. 두산밥캣은 올 1·4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 36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늘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원 영업이익을 올해도 이어갈지 주목된다.
■두산 캐시카우로 돌아온 '밥캣'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소형 건설기계를 생산하는 두산밥캣의 사업 영역을 자율주행, 농업·조경, 물류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스테이츠빌 공장 등 거점 공장의 설비 증설, 연구개발(R&D)에 올해부터 3년간 약 1조원을 투자한다.

지난 2014년부터 10년째 두산밥캣을 이끌고 있는 박성철 대표(부회장)는 "업종을 초월한 다양한 기술로 사고의 틀을 깨면서 두산밥캣의 혁신 DNA를 이어가겠다"며 "지속가능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과 제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역대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대규모 공장 건설, 발전·에너지, 인프라 투자 등 수요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360도 회전 작업이 가능한 스키드 스티어로더와 콤팩트 트랙로더 등 밥캣이 생산하는 주력제품인 소형 건설장비들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3%로 역대 최대였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은 1980년대 이후 돌아온 최대의 건설 호황기"라며 "올 1·4분기 북미에서만 매출이 55% 성장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매출의 70% 이상이 나오는 북미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압시스템 없이 구동계를 모두 전동화한 콤팩트 트랙 로더 T7X △완전 전동식 스키드-스티어 로더 △배터리로 구동하는 1~3t급 전기 미니 굴착기 등을 세계 최초로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밥캣의 자율주행 제로턴모어 기술이 탑재된 자율주행 잔디깎이. 두산밥캣 제공
■ 자율주행 등 신기술 상용화 박차

자율주행, 완전 전동화·자동화, 무인 작업, 원격 조종 등이 가능한 신기술의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좁은 지역과 험지에서 원격 조종이 가능한 '맥스컨트롤' 기술 △장비의 구동 정보 등을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하는 '머신 IQ'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장애물 회피, 반자율주행 등으로 제공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이라며 "미국 기업과 함께 자율주행 솔루션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 영역도 파괴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 GME(농업·조경용 장비)와 지게차 등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농업·농기계 박람회(이큅 엑스포)에서 주목받았던 자율주행 잔디깎이가 대표적이다. 운전자 없이 정해진 구역에서 장애물을 감지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주행 제로턴모어 기능이 탑재돼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엑스포 2023'에서 "과감한 투자와 업종의 경계를 뛰어넘는 기술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지게차 생산은 그룹사인 두산산업차량과 기술 개발, 마케팅 등에서 협업 성공 모델이 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시장의 지게차 수요가 계속돼 두산산업차량 인천 공장이 풀가동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1조4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지난 2007년 밥캣 인수는 두산그룹의 운명을 가른 선택이었다. 두산그룹은 2007년 중공업으로 사업전환을 선언하면서 상당한 빚을 내 밥캣을 인수했다. 인수액은 5조원, 당시 한국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그러나 인수 직후 다가온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수년간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두산밥캣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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