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애플페이 외 애플 금융서비스, 단기 국내 진출 어려울 듯”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애플캐시와 애플카드, 애플페이레이터(Apple Pay Later), 애플통장 등 나머지 애플의 금융서비스는 법·제도적 한계 등으로 단기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한국은행이 전망했다. 또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국내 은행권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애플사의 금융업 진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애플은 기존 금융회사와의 제휴 방식으로 여러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 서비스인 애플페이는 아이폰과 가맹점의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통한 비접촉식 결제서비스다. 2014년 출시돼 현재 글로벌 1위 간편결제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지난 3월 현대카드와 제휴해 국내에도 도입됐다.
애플캐시는 제휴은행의 애플캐시 계좌 잔액을 이용해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온·오프라인 및 인앱결제), 개인 간 송금 및 은행 계좌이체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카드 사용 시 돌려주는 데일리 캐시를 적립하거나 아이폰 지갑에 등록된 직불카드 계좌에서 이체해 충전하면 된다. 제휴은행인 그린닷은행(Green dot bank)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 회원이기 때문에 잔액은 예금자보호 대상에 들어간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가 선불충전금을 통한 오프라인 결제, 개인 간 송금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애플페이레이터는 수수료나 이자 없이 결제금액을 6주 동안 4번에 걸쳐 나눠 상환할 수 있는 선구매·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로 지난 3월 출시됐다. 국내 유사 서비스로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플리카(토스)의 후불결제 서비스가 있다.
지난 4월 애플이 미 골드만삭스은행(GSBU)과 제휴해 내놓은 애플통장은 애플카드 이용자만 가입할 수 있는 저축예금 계좌다. 이자율이 지난달 17일 기준 연 4.15%로 시장평균금리 수준을 크게 웃도는 데다 계좌 개설에 따른 수수료와 최소 예금유지 조건이 없어 출시와 함께 큰 관심을 모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애플 금융서비스가 단기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애플페이를 제외한 나머지 애플 금융서비스는 미국 내에서만 서비스 중이며 타국가 진출계획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애플이 애플페이 외 나머지 금융서비스로 국내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법·제도적 문제가 선결돼야 하는 상황이다.
애플통장, 애플페이레이터 등의 국내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또 국내에서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애플 금융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경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애플페이 사례처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이폰에 대한 높은 선호도 등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보고서는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금융안정 위험, 독과점 심화, 금융소비자 보호 약화 등 빅테크 관련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사회적으로 규제강화 요구가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빅테크에 비해 규제상 역차별을 주장하는 은행권에서는 오히려 금산분리 규제 완화 요구를 쟁점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빅테크가 지급결제제도와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중앙은행의 공동검사권 확보. ‘시스템적 중요성이 큰 빅테크 지급서비스’에 대한 감시체계 마련 노력을 지속하고, 국제기구 및 주요국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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