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심야 라이브 30년…“편하게 찾아보는 음악 프로그램 하나쯤은 있어야…”[스경X현장]
이미 아이돌 가수 위주의 프로그램이 된 가요 순위 프로그램. 하지만 방송가에는 음악을 주제로 또 다른 면을 보려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KBS의 심야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의 계보가 대표적이다.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1992~1994)로 시작된 계보는 ‘이문세쇼’(1995~1996), ‘이소라의 프로포즈’(1996~2002), ‘윤도현의 러브레터’(2002~2008), ‘이하나의 페퍼민트’(2008~2009), ‘유희열의 스케치북’(2009~2022)으로 이어졌다.
유희열이 지난해 ‘스케치북’을 그만둔 이후 제작진은 한 MC의 장기진행을 지양하고 한 해를 네 개의 시즌으로 나눠 네 명의 MC에게 맡기는 ‘더 시즌즈’를 기획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가수 박재범이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이어갔고, 그 바통으로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이 ‘최정훈의 밤의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잇는다.
주류와 비주류,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한다. 그리고 반드시 라이브를 고수한다는 원칙을 30년째 지키면서 그때그때 당대의 취향에 맞는 많은 시도를 해오고 있다. ‘박재범의 드라이브’에서는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가 있는 ‘챌린지’와 숏폼 콘텐츠를 도입해 재미를 줬다.
새롭게 MC를 맡은 최정훈은 “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도 지난해 정도 겨우 긴장을 안 하게 됐는데 다시 MC로 서려니 긴장이 된다”면서 “섭외를 받고 제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했지만, 연락을 주셨던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보고 열심히 이바지하기 위해 수락했다”고 말했다.
힙합과 알앤비 기반의 음악을 하는 박재범의 느낌답게 이전 ‘더 시즌즈’는 조금 더 힙하고 지금 당대의 감성에 맞는 무대가 많았다. 그렇다면 밴드음악을 하는 최정훈의 느낌은 조금 더 음악 쪽에 가까워질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박석형PD는 “‘리웨이크(REWAKE)’라는 키워드를 두고, 새로운 인물을 발견하기보다 기존의 많은 가수들이나 잠든 노래를 깨우는 무대를 많이 준비할 것 같다”고 말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모습도 변했지만 대한민국의 음악시장도 변하고 있다. 최근의 젊은 층은 TV 시청의 빈도가 줄고 음원사이트들의 큐레이션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더욱 취향이 분화되고 있다.
박석형PD는 “지금의 분위기는 보편적인 음악을 감상한다는 게 어렵고,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그런 시기에도 일주일에 한 번 밤에 마음 편히 놓고 볼 수 있는,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음악을 소개받는 통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이나 관심의 문제로 음악에 대한 접근이 힘든 계층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정훈은 “‘스케치북’이 폐지된 후 밴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나 인디 뮤지션들은 신곡 홍보를 어디서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며 “음악시장이 혼란스럽고, 차트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무대”라고 말했다.
오는 7월까지 공연일정도 모두 미루고 방송에 전념하는 최정훈의 모습은 오는 14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55분 KBS2 ‘더 시즌즈-최정훈의 밤의 공원’을 통해 볼 수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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