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온상 된 메타버스…"돈 내고 메타버스 성교육 들어요" [메타버스로 번진 아동 성범죄 1편]
[EBS 뉴스12]
청소년들 사이에 메타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을 듣는 교실에서부터, 친구들과 모여 노는 놀이터까지 일상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문제는, 이 안에서 성범죄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특히 메타버스는 10대 이용자가 제일 많은 만큼 이들의 피해가 큰데, 아바타를 자기 자신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아 정서적 피해도 심각합니다.
진태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메타버스 안, 아윤이는 17살의 여학생 아바타로 꾸며졌습니다.
자신을 30대 남성 직장인이라고 소개하는 '프렌'이 비밀방으로 불러냅니다.
갑자기 아윤이 아바타에 몸을 밀착하며, 손을 잡아달라든가, 함께 목욕을 하자고 말합니다.
다른 날에도 선정적인 대화는 이어졌습니다.
한세대 사이버범죄 모니터링 동아리가 지난해 한 달 동안 '아윤이'로 메타버스 안에서 활동한 결과, 이를 포함해 모두 수차례에 걸쳐 성범죄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터뷰: 김한슬 학생 / 한세대 모니터링 동아리
"실제로 제가 당하는 것처럼 그 정도에 미치지는 않겠지만 그에 준하게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사람을 신고하기는 했지만 한 번의 신고를 통해서 그 사람이 계정이 정지된다든가 계정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벌어진 성범죄 피해는 현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당시 11살 자녀가 친한 오빠에게 성희롱 피해를 입었는데, 메타버스 안에서 자주 벌어진 일이라 아이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겁니다.
인터뷰: 성희롱 피해 자녀 어머니
"(직접 보니까) 가슴 만지는 행위, 엉덩이 만지는 행위 그리고 둘이 막 비비적거리는 행위 이거를 춤추는 모션 동작이 가능하다 보니까 그게 가능한 거예요. 메타버스에서 서로 마주 보고 이런 동작들이 너무 익숙하니까 그냥 넘어간 거예요."
메타버스 성범죄 피해자 대부분은 주 이용층인 10대 청소년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메타버스 성범죄 피해에 관한 공식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여성가족부 관계자
"(통계나 이런 것들은 좀 없을까요.) 현재 드릴 만한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건) 성착취물 관련 실태조사거든요."
10대 청소년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분신으로 여길만큼 크게 몰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적 피해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엔 아바타가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직접 피해를 본 것과 같은 형태의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는 해외 연구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조진경 대표 / 십대여성인권센터
"(상대가) 아이한테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런 행위를 하는 거야라고 가르치죠. 부모는 지금 초등학교 6학년밖에 안 되는 내 딸이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일을 겪었는데 기가 막힌 거죠. 이 아이 입장에서는 나는 사랑하는 관계였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메타버스 성교육이 따로 생겨날 정돕니다.
인터뷰: 김민영 대표 / 성교육 기관 '자주스쿨'
"(메타버스 성교육 신청자는) 피해자라고 연락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또 가해자가 되어서 연락을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거 큰일 났다 빨리 뭔가 대처를 해야 되고 예방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교육부도 지난해 메타버스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 개발에 나섰는데, 교사 재량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만 활용되는 데 그치는 실정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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