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문미순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 간호하다 돌봄 노동 문제 인식"

신재우 기자 2023. 5. 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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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장편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 주목

[서울=뉴시스] 신재우 기자 =9일 소설가 문미순이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출간을 맞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5.09. shin2roo@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제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문미순(57)은 장편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을 통해 간병과 돌봄에 대해 환기한다.

"사회 뉴스에서도 이런 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써서 독자들이 읽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9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문미순 작가는 "간병, 돌봄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주제를 잡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며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작가는 2013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후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며 첫 소설집 '고양이 버스'를 펴냈다. 이번 수상작을 통해 처음으로 장편 소설을 정식 출간했다.

문미순 작가는 "장편은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퇴고하는 과정에서 지루한 장면이나 반복되는 이야기를 추려냈다"고 했다. "내 두 아들도 책을 정말 안 읽는데 이번 소설을 미리 보여주니 재밌게 읽었다고 했다. 이 정도면 독자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했어요."

장편을 쓰기 시작할 때는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 "장편이라는 긴 소설을 읽어나가는 데 필요한 가동력이나 장면 전환 등을 배우고 싶어서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거의 빠짐없이 읽었어요."

그가 참고한 정유정은 세계문학상 심사위원 추천사를 통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둡고 중량감 있는 이야기를 장악하는 작가의 악력이었다"며 "당선작으로 결정됐을 땐, 마치 내가 쓴 소설인 양 어리둥절한 자부심마저 들었다"고 화답했다.

[서울=뉴시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사진=나무옆의자 제공) 2023.05.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소설은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는 50대 이혼 여성 명주와 뇌졸중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남성 준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명주는 간병하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시신을 미라로 만들고 이를 매장할 장소를 고민하던 중 준성을 마주치게 된다. 소설 속 명주와 준성은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문 작가는 "영케어러를 대표하는 준성과 지금의 간병, 간호 노동이 집중된 중년 여성인 명주를 주요 인물로 처음부터 설정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간병과 돌봄'이라는 주제는 문 작가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남편이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75일간 입원하며 그를 간호했다. 병원에서 머물며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들을 간병하고 간호하는 가족과 간병인의 모습을 보며 문 작가는 "대부분의 간병인이 여자였고 80대 어머니가 60대 아들을 간병하는 것도 봤다. 간호가 더 필요한 분이 돌보는 상황을 목격하며 우리나라의 간병 문제와 돌봄 노동에 대해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보면) 간병이 가족에게 일임되는 문제가 정말 크게 보어요. 간병이 길어지며 가족이 무너지고 파탄이 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나라 전체로 볼 때는 너무 외면한 거 아닌가, 공공의료적으로 지원 등이 있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문미순은 40대에 소설가가 된 늦깎이 신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가를 꿈꿨지만 "등단이라는 높은 벽"에 막혀 오랜 기간 습작을 이어왔다. 등단 후에도 2021년 심훈문학상을 받기 전까지 수입이 없어 8년간 마트 아르바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일을 해야 했다.

문 작가는 "베이비시터부터 마트 일까지 최저시급을 받는 일을 다 뒤져서 했다"며 "그 기간일을 하며 제가 사회에 대해 몰랐던 어떤 면에 대해서 눈을 떴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계층의 사람과 함께 있으며 사회를 보는 눈이 바뀌고 사회가 굉장히 여러 계급으로 나눠져 있고 불평등 임금을 받고 그런 대접을 받는 사람은 쉽게 아프고 다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때부터 제가 쓰는 이야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사회적 약자나 낮은 계층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쓰니까요. 지금은 세대 갈등, 지방 소멸, 디지털 약자 등의 문제 중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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