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 좁히는 美은행…연준 "빠른 신용경색이 경기 둔화시킨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불거진 지방은행 붕괴 위기로 미 은행들의 대출 기준이 강화됐다. 이 여파로 광범위한 신용경색이 나타나 경기침체 위험을 높일 거란 경고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제기됐다.
연준은 8일(현지시간) 두 건의 별도 문건을 통해 최근 지방은행의 혼란이 미국 은행의 대출 조건 강화로 이어져 경제성장 둔화 위험이 있는 광범위한 신용경색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발표한 문건은 금융경제 건전성 관련 반기 보고서와 은행 대출 담당자 설문조사(SLOOS) 결과 보고서다.
연준은 시장전문가, 경제학자 등을 대상으로 금융 및 경제상황을 묻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금융경제 건전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다. SLOOS 보고서는 미국 대형은행 80곳과 미국 내 외국은행 2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출 형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것으로 분기마다 나온다.
연준은 금융경제 건전성 분석 보고서에서 △통화긴축정책 △지정학 리스크 △은행시스템 압박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압박 △부동산 부채 등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시장전문가, 경제학자 등을 대상으로 금융 및 경제 상황을 묻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경제전망과 신용여건, 자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은행 및 다른 금융기관들의 신용공급을 위축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른 급격한 신용경색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잠재적으로 경제 활동의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지방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자금 유동성 우려에 은행들이 예금 확보를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할 것이고 이것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제한할 거란 얘기다.
실제 연준이 이날 발표한 SLOOS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 은행의 46%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44.8%)에서 1.2%포인트가 증가한 수준이다. 소기업용 대출 기준을 강화한 은행의 비율도 46.7%로 전분기(43.8%)보다 2.9%포인트가 올랐다. SVB가 3월 10일 폐쇄된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수치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설문에 참여한 은행 대출 담당자들은 올해 남은 기간 대출 기준이 더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기준 강화, 경기 불안감 등으로 대출 수요는 크게 줄어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대출 수요가 줄었다고 답한 은행의 비율은 55.6%로 전분기(31.3%) 대비 24.3%포인트나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은행들의 대출 기준 강화를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통신은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은행의 비율은 지난해 말부터 전형적으로 경제 침체기를 나타내는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주로 연준의 빠른 금리인상으로 차입비용이 증가하면서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이번 보고서가 지방은행 파산사태로 불거진 은행권의 위기 우려가 광범위한 신용경색을 촉발하고 이것이 경기침체 위험을 더욱 키울 거란 우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출의 공급과 수요 중 어느 쪽을 보더라도 이번 조사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RSM의 조셉 브루수엘라스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입안자들과 투자자들은 은행의 대출 강화가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향후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오스틴 굴스비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신용경색, 적어도 신용압박이 시작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며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 시 이점을 절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역시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신용경색은 경제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믿고 있다고 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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