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고팍스 인수 난항에 고객예치금 500억 볼모로 ‘으름장’

이정수 기자 2023. 5. 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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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등기 임원 변경 수리 지난 3월 제출
美, 바이낸스 기소에 국내 당국도 ‘고심’
결과 미뤄지자 ‘고파이 예치금 미상환’ 카드
업계 “이번 강수는 바이낸스에 자충수 될 수도”
그래픽=손민균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인수에 난항을 겪자 ‘초강수 카드’를 들고나왔다. 금융 당국이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허가해 주지 않으면 고팍스에 묶인 고객 자산 500억여원을 돌려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고팍스는 과거 ‘고파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일종의 가상자산 예·적금 시스템을 운영해 왔는데,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객 예치금 상환을 지금까지 못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문제 해결 조건으로 고팍스 인수를 꺼내 들었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금융 당국 압박에 나섰다.

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고팍스 최대 주주 변경 신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바이낸스가 지난 3월 7일 금융위에 제출한 신고 수리서에는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을 고팍스 신규 임원으로 등록하고, 이준행 대표의 지분 41.22%를 취득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FIU는 신고 수리서를 처리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이낸스가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지난 3월 시세 조종 등 불법 행위 혐의 등으로 기소당하자 이에 대한 여파 등을 금융 당국은 고려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원칙상 등기임원 변경 신고서는 FIU가 열람한 후 45일 이내에 결론을 짓게 돼 있으나, 현재 이 기간 안에 수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바이낸스를 향한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최악의 경우 바이낸스의 추후 국내 거래소 사업 또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금융 범죄 경력이 있으면 사업 변경 수리 등이 힘들 뿐 아니라 추후 사업 확장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법조계 관계자들은 CFTC 기소가 바이낸스 국내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법률사무소 디센트의 홍푸른 대표 변호사는 “특금법 제7조 제3항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국내 금융 관련 범죄로 벌금형 이상을 받는 등 범죄 경력이 있으면 신고 수리가 불가능하다”라며 “바이낸스는 현재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어 국내법으로는 처벌이 어렵지만, 이러한 점을 당국이 고려한다면 재량으로 등기 임원 변경 신고에 불수리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낸스가 인수를 추진 중인 고팍스의 공식 홈페이지 모습. 고팍스는 500억원에 달하는 고파이 미지급 금액 상환을 위해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고팍스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바이낸스를 향해 안 좋게 흘러가자 바이낸스는 최근 고파이 예치금 문제를 꺼내 들었다. 만일 신고 수리가 불발되는 경우, 고팍스 고객이 고파이에 예치한 가상자산 및 자금 상환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고파이에 묶인 고객 예치금 규모는 약 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레온 풍 바이낸스 아태지역 총괄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묶여있는 고파이 예치금 중 25%는 상환된 상태다”라며 “나머지 75% 상환을 위해서 FIU의 신고 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풍 총괄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초 FIU가 바이낸스의 신고 수리서를 허가하지 않는 경우 고파이 예치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끌어들여 뜻을 관철시키려 한 점은 정부 및 금융 당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급한 상황도 이해는 가지만 풍 총괄의 발언은 고팍스 고객을 볼모로 둔 ‘반협박’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국내 정서에 어긋나는 발언으로 당국 심기를 거스르게 되면 만일 신고가 되더라도 추후 사업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고파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고팍스와 바이낸스는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당국과 잘 소통해서 고파이 문제를 해결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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