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스라엘 극우 인사 참석 의사에 외교 행사 취소
‘유럽의 날’ 행사 참석 뜻 밝히자 EU 반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공격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에서 외교 행사를 열기로 했다가 이스라엘 대표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전격 취소했다.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과 아랍권과의 충돌을 지지하는 벤그비르 장관 등장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단체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 주재 EU 회원국 대사들은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유럽의 날’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벤그비르 장관을 축하 연사로 지정하자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다. 이스라엘 정부는 매년 5월 9일 유럽의 날 행사에 주요 인사를 보내는데, 정해진 순번에 따라 올해는 공교롭게 벤그비르 장관 차례였다고 BBC는 설명했다.
EU는 극우 성향의 벤그비르 장관 대신 정치색이 옅은 다른 인물을 이스라엘 정부 대표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벤그비르 장관은 참석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친이스라엘 국가인 헝가리와 폴란드를 제외한 EU 회원국 대사들은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EU 한 관계자는 BBC에 “유럽의 가치관과 상반되는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자리를 제공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벤그비르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내각에서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1993년 팔레스타인 자치권을 인정한 오슬로 협정이 체결되자 폭력적인 반대 운동을 이끌면서 여러 차례 기소됐고, 특히 오슬로 협정을 주도한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를 위협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과격한 성향 탓에 병역까지 면제받은 그는 2012년 강경 유대주의와 반아랍을 기치로 내건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을 창당했고, 지난해 총선에서 6석을 확보하며 원내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 체제에서 국가안보부 장관에 올라 정착촌 확장 등 팔레스타인을 자극하는 정책을 이끌었다. 최근엔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편에 대해서도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의 날 행사 참여가 논란이 되자 벤그비르 장관은 “민주주의와 다문화주의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국제기구가 비외교적 재갈을 물렸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스라엘 정부와 영웅적인 이스라엘군, 이스라엘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건 영광이자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 거점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이슬라믹 지하드 지도자 최소 3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도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난 2일 이스라엘에 구금돼 86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던 이슬라믹 지하드 고위 간부 카데르 아드난이 옥중 사망하자 서로 로켓을 발사하는 등 신경전을 펼쳐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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