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리스트 김주환의 '재즈 듀오' 프로젝트, 그 첫 발[김성대의 음악노트]

2023. 5. 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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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말(言)을 닮았다. 구조와 생동감, 즉흥성에서 그렇고 건네는 대상, 주고받는 상대가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맞장구는 화음으로, 의견이 다를 땐 불협화음으로. 재즈는 타협 또는 논쟁을 통해 이르는 말의 균형과 조화를 자신만의 방법론을 통해 기어이 이끌어낸다.

재즈는 또한 편성의 예술이다. 솔로냐 듀오냐, 쿼텟이냐 퀸텟이냐, 아니면 빅 밴드냐에 따라 재즈는 다른 어법을 쓴다. 가령 솔로는 사색한다. 그것이 조용한 낭독일지 쩌렁쩌렁 연설일지는 스타일 면에서 솔로이스트의 선택에 달렸다. 듀오는 대화다. 들어주고 나누고 받쳐주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친다. 쿼텟/퀸텟은 토론에 가깝다. 사회자가 있고 돌아가며 한 사람씩 발언할 때와 두 사람 이상이 난상으로 논쟁할 때가 번갈아 나타난다. 끝으로 빅 밴드는 (전체)회의다. 마찬가지로 논의를 이끄는 사람이 있고, 덩이진 주제를 중심으로 한 배를 탄 개인들의 주장과 반론이 펼쳐진다.

김주환의 새로운 녹음 'Comes Love'는 여기서 듀오에 들어간다. 두 사람이 만나 말을 나누고 공감하거나 논쟁하는 종목이다. 재즈에서 듀오는 무수히 많은 사례가 있다. 당장엔 찰리 헤이든, 브래드 멜다우와 함께 한 팻 메스니의 커리어가 떠오르고, 빌 에반스와 짐 홀 내지는 빌 에반스와 토니 베넷의 녹음도 퍼뜩 스친다. 제목부터 '듀오(Duo)'인 레드 미첼과 행크 존스의 작품, 아방가르드 색소포니스트 아치 셰프와 베이스 거장 닐스헤닝 외르스테드 페데르센의 만남 역시 내 기억엔 재즈 듀오의 탁월한 사례로 자리해 있다.

그리고 조 패스와 엘라 피츠제럴드가 있다. 기타와 보컬로 이뤄진 듀오. 김주환의 경우는 여기에 짐을 푼다. 실제 'Comes Love'는 조와 엘라가 부르고 연주한 곡이기도 해 상황은 더 흥미로운데, 조 패스 역할을 맡은 이는 바로 재즈 기타리스트 탁경주다. 2013년에 데뷔한 그는 자신의 이름에 '트리오'를 붙이거나 떼며 꾸준히 작품을 내고 있는 인물로, 고전 재즈 기타 넘버들을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한 2014년작 [Jazz Guitar Classics]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김주환과 작품과 레이블로 이미 몇 차례 안면을 튼 사이다.

샘 쿡, 조니 미첼과 리키 리 존스 같은 음악가들도 부른 오랜 재즈 스탠더드 'Comes Love'에서 김주환과 탁경주는 비교적 차분한 그루브를 모색하고 있다. 리듬의 바탕이 셔플이어서 어쩔 수 없는 들썩임은 빼놓고서라도 두 사람은 곡 속에 웅크리고 있는 사랑의 무기력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려는 제스처를 각자 파트에서 지속적으로 펼친다. 김주환의 경우 극적인 엘라의 버전과 달리 싱글 재킷 사진 마냥 화려하면서 쓸쓸한 도시 무드에 방점을 찍으며 또박또박 곡 속의 갈등을 들이켜고, 탁경주는 미국에서 재즈 기타를 공부하며 쓴 석사 논문(웨스 몽고메리의 'West Coast Blues', 바니 케셀의 'Tenderly', 짐 홀의 'Rock Skippin' 연주에 담긴 코드 멜로디와 코드 솔로 스타일 연구)의 세 아이콘을 자신의 연주에서 찾아보라는 듯 느긋하고 치밀하게 스윙한다.

여태껏 재즈 고전들을 꾸준히 불러온 김주환의 2023년 콘셉트는 '듀오'라고 한다. 그러니까 기타와 보컬뿐 아니라 다른 듀오 편성, 예컨대 노마 윈스턴과 존 테일러 같은 보컬/피아노 편성 등도 앞으로 들을 수 있으리란 얘기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자신의 재즈/클래식 전문 레이블 로라(Laura Records)까지 만들었다. 'Comes Love'를 들으며, 알버트 망겔스도르프와 리 코니츠의 앨범 제목처럼 그가 펼쳐나갈 '듀오의 아트(Art of the Duo)'가 어떻게 흘러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마이데일리 고정필진
웹진 음악취향y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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