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가양동 개발 중단, 구청 공무원 탓?…강서구청장 책임 전가 논란
업계 "구청장 보고 못 받아도 심의 취소할 법적 근거 부족"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4조원 규모의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직면한 것과 관련, 김태우 강서구청장이 구청 일선 공무원 책임으로 돌리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 구청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초였던 당시 대규모 사업에 대한 업무 파악이 안 돼 있던 상황에서 담당 사무관이 구청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서둘러 인가를 내줬다"며 "담당 사무관과 시행사와의 유착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시행사인 인창개발이 구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4조원대 지역의 대형 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강서구청은 사무관 A씨에 대해 지난 3월 서울시에 징계를 의뢰했고, 서울시 인사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A씨에 대해 감봉 1개월을 내렸다.
문제는 A씨가 최근 강서구청 건축과장으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업계는 "보고 누락으로 1개월 감봉 징계 후 건축과장으로 복귀한 담당 사무관을 다시 수사 의뢰까지 거론한 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선출직 공직자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총사업비 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의 건축협정 인가 내용이 지난해 9월 강서구청장 직위로 관보에 게재됐는데, 김 구청장이 보고도 받지 않았다면 오히려 구청장의 직무 유기라는 시각도 있다.
설령 김 구청장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심의 결과를 취소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법원은 2011년 "당사자(사업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공익상 필요가 강한 때에만 종전에 내린 행정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며 취소 증명 책임은 행정청에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시행사 측은 "강서구가 건축협정 취소 인가 처분에 앞서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사업자의 의견제출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김 구청장이 건축협정인가 처분 취소 사유로 거론한 '안전성·교통 대책 미비'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의결 사항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이곳에 지하 7층~지상 14층 규모의 업무시설·지식산업센터 및 저층부에 판매시설·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하는 세부 개발계획을 수정 가결했다.
김 구청장은 "심의 당시 소방 관련 협의도 일절 없었을뿐더러 많이 증가할 교통량에 대한 대비책도 미비했기에 다방면으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시 주관으로 지난해 6월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완료했고, 당시 교통량 증가 예상에 대비해 사업지 주변 교통 체계 개선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통개선분담금 50억원을 납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기관인 서울시가 주관해 통과된 교통영향평가 심의 사항을 강서 구청에서 문제 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시가 결정한 도시관리계획에 대해 구청장이 건축 허가를 취소하는 사안은 시 내부에서도 흔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는 구청 자체적으로 변경 가능하나 교통량 대비책은 세부 내용에 따라 중대한 변경 사안으로 판단될 경우 서울시 재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편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11만2587㎡에 달하는 부지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연면적 46만㎡) 1.7배 크기의 업무·상업·지식산업센터 등의 복합시설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창개발은 지난달 24일 서울행정법원에 강서구청을 상대로 건축협정 인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김 구청장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오는 18일 나온다.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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