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일 핵협의체? 3국 협력 환영”… 日참여 길 열어놔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5. 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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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4.27. 워싱턴=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일본의 ‘워싱턴 선언’ 참여 가능성을 열어 뒀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직후 워싱턴 선언에 따라 창설되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가운데 북핵 정보 공유를 넘어 확장억제 강화에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을 모색할 수 있다”며 경계 수위를 높였다.

● 美, 워싱턴 선언 日 참여 “인태 평화에 도움”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새로운 한미일 협의체 창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한일간 협력 증대는 물론 (한미일) 3국간 협력 증대에 대해서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세 나라 모두에 바람직하며 인도태평양지역 평화와 번영 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선언의 변화와 관련해 오늘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한미일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은 한미 양자 간 베이스로 합의된 내용”이라면서도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논의가 진전된 만큼 한미 NCG가 먼저 속도를 낸 뒤 일본 참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에서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창설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국은 더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NCG 창설 및 미 전략핵잠수함(SSBN) 한반도 기항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항의한 중국이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를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판 나토의 시작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중국 외교부는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워싱턴 선언 동참 가능성에 대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핵 비확산 체제를 파괴하며 타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편을 가르고 소그룹을 만들어 대항하는 방식으로는 출구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군 군사과학원 연구원 2명도 이날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기고에서 “미국이 일본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아시아태평양판 나토’ 구축을 모색할 수 있다”며 “중국은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가까워짐에 따라 경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날 ‘대안적 핵 미래’ 보고서에서 중국이 빠르게 핵무기를 증강하고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블록(Bloc) 경쟁’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미국이 추가 핵 공유 협정이나 핵 전진 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 中 “미중 관계 복원하려면 美 깊은 반성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미일 정보 공유 확대에 이어 확장억제 협력 가능성까지 떠오르면서 한미일 협력이 미중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는 19~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와 만나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책임이 있으며 양국 관계가 건전한 궤도로 돌아가기 전 깊이 반성해야만 한다”며 미중 관계 복원 전제조건으로 미국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친 부장은 “미국의 일련의 잘못된 언행이 어렵게 얻은 양국 긍정적 모멘텀을 약화시켰다”며 “우선순위는 관계를 안정화시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예상치 못한 사건을 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중국이 한미일 협력에 불편해하는데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미중, 미국과 그 어떤 국가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한국 일본과의 깊은 파트너십을 매우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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