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00만명 모은다더니… 통신 3사 계륵된 클라우드 게임

박수현 기자 2023. 5. 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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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엔비디아 ‘지포스나우’ 공급 중단
KT게임박스, 오는 6월 30일 서비스 종료
선방한다는 SKT도 이용자 목표치 ‘10분의 1’
“기반인 ‘5G’ 품질 떨어져… 팔릴 리 만무”
LG유플러스가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의 공급을 중단한다./지포스나우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통신 3사가 ‘5G(5세대 이동통신) 킬러 콘텐츠’로 내세웠던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다. 각 사가 앞다퉈 사업 진출을 알린지 3~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성 이용자 수를 10만명도 모으지 못한 탓이다. 클라우드 게임 산업 규모가 오는 2026년 110억파운드(약 18조원)에 달할 것이란 글로벌 시장 전망과 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당초 약속한 만큼 5G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지 못한 데다, 국내 게임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실패를 면치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오는 7월 1일 또는 그 이전에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의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2019년부터 엔비디아와 제휴를 맺고 지포스나우를 공급해왔다. 지포스나우의 게임을 모바일, PC, IPTV 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식이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9900원 가격의 멤버십을 선보이는 등 사업 확대에 나섰다.

KT는 최근 클라우드 게임 사업을 일임했던 부서 ‘클라우드DX사업TF’에 디지털 트윈 신사업을 맡기면서 전략을 변경하는 모양새다. KT는 2020년 8월부터 ‘KT게임박스’를 서비스해왔다. 다만 KT게임박스는 오는 6월 30일까지 종료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컨트롤러팩’ ‘KB 나라사랑카드’ 등 신규 가입 상품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올해 2월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그나마 클라우드 게임 사업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건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020년 9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엑스박스 게임을 클라우드로 제공 중이다. 콘솔 게임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건 SK텔레콤이 유일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게임이 다양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가 시장 장악력을 넓히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SK텔레콤도 이용자를 채 10만명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각 사 사업 현황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도 현지에서 제공하지 않는 게임을 하기 위해 가입한 해외 열혈 이용자를 포함한 것”이라며 “서비스 출시 초기에 진행한 ‘월 100원 무제한 이용’ 프로모션 이후 뚜렷한 증감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실제로 서비스를 쓰는 이용자는 10만명보다 적을 것”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이 어렵지만, 3사 중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건 사실이다”라고 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2023년까지 가입자 100만명 확보’ ‘2022년까지 가입자 100만명 확보’를 목표로 세운 바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최근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 중 일부 발췌. ETRI는 2021년 전국 20~59세 LTE·5G 스마트폰 이용자 20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G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로 'LTE와 속도 차이 없을 것 같아서(58%)'와 '요금이 비싸서(58%)'가 꼽혔다고 밝혔다. /ETRI

업계는 통신 3사의 실패 요인을 5G 품질 미흡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들은 5G가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속도가 빠르다고 주장하며 5G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게임을 부가서비스로 출시, 상용화에 나섰다. 하지만 막상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5G와 LTE의 품질 차이가 적어 이용자 수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임을 계기로 5G 모바일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면 LG유플러스가 사업을 철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국내 시장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존하는 클라우드 게임 대부분이 기존에 있던 PC, 콘솔 게임을 모바일로 구현한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모바일 환경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임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조작성이 떨어진다”며 “국내 게이머들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기 있는 클라우드 게임이라면 ‘롤’ 정도인데, 롤은 방향키만 있으면 될 정도로 조작이 간편하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MS와 계속해서 클라우드 게임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KT도 디지털 트윈 기술 등과 연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 중이라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이전과 다른 유통 방식을 도입한 모바일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라며 “현재 이름을 공개하기 어려운 파트너사와 NDA(비밀유지계약)를 맺고, 백그라운드에서 게임이 자동 플레이되도록 하는 등 부가기능을 넣은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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