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종목 폭락 사태에 증권사 CFD 미수금 우려…일부 증권사는 분할 납부 안내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미등록 투자자문업체 H사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증권사에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 투자자의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 증권사에도 수천억 원대의 미수채권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들에게 미수금 분할 납부를 안내하고 있다.
9일 H사 투자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는 “증권사에서 전화가 오는데 어떻게 해야하냐?”, “추심을 몇 달이라도 미뤄줬으면 좋겠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H사가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해 운용하면서 원금 손실을 넘어 빚을 지게 됐기 때문이다.
CFD는 고객이 증거금을 납부하면 증권사가 증거금의 최대 2.5배에 해당하는 주식을 대신 매입하는 상품이다. 주가가 오른다면 적은 원금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주가가 내려간다면 투자자는 증권사가 대신 사줬던 주식에 대한 손실분도 빚으로 돌아온다. 예를 들어 40만원의 증거금을 내고 100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30만원까지 떨어지면(-70만원) 투자자는 증거금(40만원)은 물론 30만원의 미수금이 생긴다. 투자자가 미수금을 메꿀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증권사는 주식을 임의로 청산하는 반대매매를 하는데, 반대매매로도 메꿔지지 않은 손실액은 빚으로 남게 된다.
만약 고객들이 미수금을 갚지 않으면 이는 증권사가 떠안아야 한다. H사 투자자들이 CFD 거래로 거액의 빚을 지게 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이를 중개한 증권사들의 미수채권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수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증권사는 고객들이 미수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DB증권은 “고객들의 상환 능력이나 자금 사정을 고려해서 일부를 납부하면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분할 납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미수금의 규모에 따라 고객 배려 차원에서 분할 상환을 안내하고 있다”며 “일시 상환이 불가능해 보이는 고객들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하나증권도 “미수금이 발생한 고객들과 상담을 하고 있고, 상환 능력에 따라서 반할 납부를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투자자들은 법무 대리인을 통해 금융위원회에 “증권사의 추심을 유예해주고 이자를 일시 면제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금융위는 이에 대해 “사인 간의 채무 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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