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산한다고? 국가부채상한 논란 [팩트체크]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5. 9. 14: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파산한다고? 부채상한제 논란
5월 1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이 6월 미국이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확히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이다. 옐런 장관은 야당인 공화당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6월 초에는 정부의 모든 지급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마도 (데드라인은) 6월 1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회는 가능한 한 빨리 부채 상한을 연장하거나 올리는 조처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이미 지난 1월 19일 부채 상한인 31조 4000억 달러(약 4경 2100조원)에 도달했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연방 공무원 퇴직·장애인 연금의 신규 납부를 유예하는 등 특별 조치로 의회 합의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이제는 특별조치로도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얼른 의회 합의를 통해 부채한도를 늘려 채권상환 등을 위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의회합의가 없을 경우 미국의 디폴트 시점을 여름께(7~8월)로 전망했지만 재무부 추산결과 시점이 앞당겨진 셈이다.

이 사안을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 및 여당인 민주당과 대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과 야당인 공화당 측은 서로 상대방이 채무를 너무 늘린 탓에 미국이 이같은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재무부가 부채 상환 능력이 없다면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이 국채 상환을 연기할 경우 세계 국채 시장이 흔들리고, 사회보장 연금 지급을 미루는 등 자금이 경색될 경우 주식 시장이 폭락할 수도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1년 여야대립으로 부채상한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자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내려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안긴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 처음으로 미국이 국채상환 등 빌린 돈을 안갚거나 늦게 갚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둔 사례다. 또 논쟁이 치열했던 2년전 합의 당시 무디스는 “2021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에서 500만명이 직장을 잃고, 국내총생산(GDP)이 4%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급증하고 있는 미국 의 국가부채 및 한도. <자료=미국 재무부>
국가부채상한제(National Debt Ceiling)는 무엇인가?
미국의 국가부채상한제는 1917년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정부에 전쟁비의 원활한 조달 권한을 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국가채무 일정 한도를 벗어날 경우 연방정부가 의회의 동의 없이는 적자 재정을 편성할 수 없도록 규제한 제도다. 즉, 의회의 동의만 얻을 경우 정부는 한도 내에서 재정정책을 쓰는데는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미국은 초기 이 제도 속에 채권, 어음 등 다양한 부채의 개별적인 한도를 설정했지만 1939년부터는 부채 총합에 대한 규정으로 변경했다.

이후 정부는 전쟁이나 경제위기 등으로 필요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활용했고, 사실상 매 10년마다 7~8번은 국가부채상한제의 한도를 늘리는 합의를 해왔다. 예컨대 1940년 49억달러였던 부채한도는 합의때마다 수십억달러씩 늘었났다. 일부 연도에는 한도가 수억달러 줄어든 경우도 있었지만 1963년 5억달러 감소시킨 3000억달러 한도를 마지막으로 단한번도 감소된 적은 없다.

약 90차례이상 상향 합의된 부채한도는 1980년대까지 한해 수백억달러 수준이 증가하는 규모였지만 1990년대이후로는 한번에 수천억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부채한도는 10조달러를 돌파했으며, 2019년에는 20조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발생으로 국가의 재정정책이 더욱 필요해진 팬데믹시기에만 10조달러 가량이 늘어나 현재 한도는2021년 증액된 31조4000억달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매경DB>
미국 역대급 부채증가, 과연 누구 탓인가?
▷ 조 바이든 대통령 발언

“전 대통령(트럼프)이 단 4년만에, 225년 미국 역사상 쌓인 전체 부채의 25%를 증가시켰다.”

=> 사실이지만 과도한 해석

-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4년동안 국가 부채의 4분의 1이 쌓인 것을 사실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부채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대통령 취임전부터 사용하기로한 의무지출과 코로나팬데믹에 따른 정부지출확대를 위해 초당적인 법안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하에 통과됐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당시 미국 국가부채는 19조9000억달러였으며, 2021년 1월 퇴임 시점에 27조8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최근 미국 총부채는 31조4000억달러로 트럼프 재임당시 불어난 7조9000억달러는 전체의 약 25.16%수준이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의장

“지난 4년간 민주당은 30%, 4000억달러의 지출을 늘렸다. 국가부채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이른 것은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 일부 사실

- NYT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지출이 약 30%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2019년 회계연도 지출은 1조3000억달러였지만, 2022년 지출은 1조7000억달러였다. 하지만 과거 4년이라함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간 2년이 포함돼 있고, 당시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였다. 민주당만이 늘렸다기 보다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출증가 책임도 있는 셈이다. 특히 매카시 의원도 2020년 코로나팬데믹으로인한 정부지출 확대안, 경기부양안에 찬성표를 던지 바 있다.

국가부채가 국내 총생산을 120%이상 초과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2021년말 기준 GDP의 121%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재임시절인 2020년말 127%보다는 줄어든 상황이다.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의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년동안 전례없이 많은 돈을 사용했고, 코로나 문제로 가장해 코로나와 아무상관없는 곳에 5조달러나 지출했다”

=> 거짓

- NYT에 따르면, 스칼리스 의원이 인용한 5조달러는 피터슨 재단이 추산한 바이든정부의 2년간 지출금액이다. 재단 추정상 4조1000억달러를 사용했고, 이자 등 금융비용을 포함할 경우 4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앞선 정부(트럼프)가 7조달러이상을 쓴 점을 감안하면 전례없는 지출이 아니다.

내달로 다가온 미국 국가부채상한 문제,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미국 의회는 건국 이래 부채상한 문제를 놓고 90회 이상 갈등을 겪고도 정작 디폴트는 맞은 사례는 없었다. 이번에도 결국 디폴트 시점 전에 극적인(?) 여야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시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상하원 지도부 회동 등을 통해 부채한도 상향을 위한 합의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공화당도 부채한도상향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앞으로도 부채한도가 계속 늘어나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정책달성을 위한 정책자금을 깎는 대신 합의를 해주겠다는 식의 의견을 내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 한도 문제에 대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부채 한도는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에서 특별한 일 없이 세 번이나 증액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은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부채 상환에 실패한 적이 없다. 일부 극우 공화당원들은 무모한 인질극을 벌이지 말고, 우리는 빚을 갚아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부채한도 상향을 주장했다.

한편, 한국도 국가부채상한제 도입 가능성이 종종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정치권이나 정부는 선거철마다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에 취해 세수확보여부와는 상관없이 막대한 재원의 인프라사업이나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일정수준 한도 내에서는 자금활용이 쉬울 수도 있지만, 한도를 넘어서기위해서는 의회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일정부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