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만 기다리는 한전·가스公… 1분기도 대규모 적자

권유정 기자 2023. 5. 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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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인상 여부 놓고 40일째 표류
커지는 비용 부담 속 빚폭탄 우려
가스공사도 사채로 미수금 대응

전기요금 인상이 늦어지면서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분기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적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가스공사도 지난해 말 8조원대였던 미수금이 올해 1분기에 11조원으로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수입한 가스의 판매가격을 낮게 책정해 발생한 영업손실이다.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 원가 부담이 커진 결과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12일 전후로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1분기에도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여 기업과 가정에 판매하는데,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해 비싸게 사서 싸게 판 결과다. 올해 연간으로는 10조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전남 나주 혁신도시 한국전력 전경. /뉴스1

당초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지난 3월 말 결정돼야 했지만, 직전에 열린 당정 협의에서 여론 수렴을 이유로 보류됐다. 정치권에서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재정 건전화를 위해 추가 자구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이를 토대로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이번 주 내로 ‘20조원+알파(α)’ 규모의 경영 혁신 방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면서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비용 부담을 막아내고 있다. 올해 1분기 한전채 발행 규모는 약 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지난해 한전채를 발행해 발생한 이자는 1조4000억원으로 하루 평균 38억원 수준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한전채 발행 규모가 늘면서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해 시장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됐다. 한전이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kWh당 51.6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4분기도 비슷한 수준으로 요금이 올라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1~2월 한전의 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65.6원이다. 판매단가는 이보다 15원 이상 낮은 149.7원이다. 같은 기간 전력 판매량은 전년대비 증가해 한전 손실 증가로 이어졌다.

적자가 쌓이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 계획까지 나오자 회의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한전은 8일 ‘10차 송·변전 설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약 15년간 송·변전 설비 투자에 투입되는 예산은 56조원이다. 호남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서해안 해저 케이블을 통해 수도권에 직접 보내는 방안 등이 포함됐는데, 9차 계획(2020~2034년, 29조원)보다 투자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요금 인상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는 건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가스공사 미수금은 2021년 말 1조8000억원에서 1년 뒤인 지난해 1분기에는 4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9조원에 육박하는 미수금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 그 규모는 11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회계장부 상에서 자산으로 잡히는 미수금을 손실로 반영하면 가스공사는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나 다름 없다.

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4월 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4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가스공사법 개정을 통해 채권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4배(31조9000억원)에서 5배(39조9000억원)까지 늘렸다.

최근 가스공사는 기록적인 적자 속에서도 임원 연봉을 올려 논란이 됐다. 지난해 가스공사 기관장 연봉은 2억806만원으로 전년대비 43.4% 올랐다. 임원 평균 연봉은 1억7148만원으로 30.1% 올랐는데 지난해 공공기관 상임 임원 평균 연봉 인상폭인 1.2%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정규직 평균 연봉도 1년 전보다 6.6% 오른 9371만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인상률 1.4%보다 높았다. 전체 공공기관 정규직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다.

가스공사 임직원들 연봉이 크게 뛴 건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이 미흡(D)에서 보통(C)으로 오르면서 성과급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D등급 때는 성과급이 없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기관장에게 6166만4000원, 상임 감사에게 4759만원, 상임 이사에게는 3846만원을 성과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직원들에게는 440만8000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가스공사 안팎에선 대규모 손실을 낸 상황에서도 등급이 상향된 건 경영평가에 재무보다 채용, 지역 발전 관련 항목 배점 기준이 높게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실적을 바탕으로 하는 사기업의 성과급과 개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의 경우 임직원 연봉 일부를 매년 경영평가 등급과 연동해 지급하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연봉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영평가 항목과 배점을 수정했다. 재무관리 항목을 업무효율 항목과 합쳐 ‘재무성과관리’ 항목으로 만들고 배점을 기존 5점(만점 100점)에서 20점으로 확대했다. 각 기관의 부채 비율, 자체 수입 비율 등을 고려해 유형을 분류하고, 가중치를 조정하는 맞춤형 평가방식도 새로 도입해 올해 경영평가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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