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바디 고!” 창고 대피 직후, 벽 뚫을 듯한 총격 소리 쏟아졌다

박선민 기자 2023. 5. 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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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교민의 총기 난사 생존기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한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가 벌어진 뒤 쇼핑객들이 경찰의 지휘에 따라 두 손을 들고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브리바디, 고!”(Everybody, Go!) 한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에 쇼핑몰 방문객들은 창고로 대피했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벽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은 총격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외곽의 ‘앨런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한인 일가족을 포함해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에 있었던 한인 교민 여성 A씨는 당시 상황을 이같이 회상했다.

A씨는 8일 지역 한인 방송 ‘DK넷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이 (총격 소리가) 가깝게 들려 무서웠다”면서 “범인이 매장에 들어올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냥 매장을 향해서 권총을 마구 쏴 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등에 퍼진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아웃렛 주차장 한 가운데에 은색 세단을 세운 뒤 내리더니 사람 및 매장을 향해 30여 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블랙박스 차는 진입하려다 남성이 총격을 가하는 순간 그대로 후진해 빠져나갔다.

A씨는 매장 직원의 도움으로 총격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가방을 고르고 나서 페이(결제)를 하려는데, 갑자기 매니저가 문을 잠그면서 ‘에브리바디, 고!’(Everybody, Go!)라면서 창고로 들어가라고 했다”며 “설명도 하지 않고 들어가라기에 우리가 인질로 어디에 끌려가나 싶었다. 그 매니저가 어떻게 봤는지, (범인이) 총을 갖고 내리니까 그걸 보고 숨으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총소리는 A씨가 창고로 대피한 지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매니저가 우리에게 서 있지 말고 다 앉으라고 했고, 앉는 순간에 총소리가 나더라”며 “그때부터 ‘다다다다’ 하는데, 총소리가 얼마나 가깝게 나는지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가깝게 들렸고 무서웠다”고 했다.

은색 세단에서 총기를 소지한 채 내리고 있는 용의자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 /트위터
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총기난사 현장에서 경찰이 총격범을 제압한 뒤 한 소녀가 달려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렇게 약 2시간을 대피해 있던 A씨가 밖으로 나와 본 광경은 처참했다. 매장은 유리창이 깨지는 등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주차장에는 총에 맞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A씨는 “나왔을 때는 이미 주차장에 3명과 총 쏜 사람이 죽어있더라”며 “경찰이 처음엔 (범인을) 2명으로 생각한 것 같다. 한 명은 죽었으니 나머지 한 명을 찾는데, 매장마다 들어가서 사람들을 일일이 검사한 다음에 한 명씩 내보내더라”고 했다.

총격 사건이 벌어진 날은 토요일인 데다 미국의 기념일인 ‘마더스 데이’(Mother’s Day·어머니의 날)를 앞두고 선물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몰려 방문객이 유난히 많았다. A씨는 “그 아웃렛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봤다. 크리스마스에도 그 정도는 아닌데”라며 “(총격이 끝난 뒤) 엄청 많은 사람이 매장에서 나왔다”고 했다.

지난 6일 오후 3시 36분쯤 발생한 이 총격 사건으로 최소 8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는 30대의 한인 교포 부부와 3세 아들이 포함됐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변호사와 치과의사로 일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의 6살 아들도 현장에 있었는데, 현재 어깨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 후 회복 중이다. 교민들은 목격자 증언과 여러 정황을 토대로 숨진 엄마가 6세 아들을 보호해 아이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텍사스주 쇼핑몰 총기난사로 숨진 가족을 위해 '고펀드미' 모금 사이트에 글이 올라왔다. 조씨의 지인은 이 사이트에서 "그들의 장례식과 그밖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가족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고펀드미

수사당국에 따르면 총격범은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다. 그는 쇼핑몰에 다른 신고로 출동해 있던 경찰관과 교전을 벌인 끝에 사살됐다. 가르시아가 총기 난사에 이용한 ‘AR-15′ 계열의 공격용 소총은 수년 전부터 ‘악마의 무기’라 불렸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많은 소총이 AR-15에서 파생됐으며, 가격은 약 800달러(약 105만원) 정도라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AR-15형 무기로 무장한 총격범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했고 어린이를 포함한 미국인 8명이 사망했다”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런 공격은 익숙해지기엔 너무 충격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공격용 소총과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고, 보편적 신원 조회, 안전한 보관 장소 요구, 총기 제조 업체에 대한 면책 종료 등에 대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내게 보내 달라고 의회에 재차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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