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 사우론, 나방엔 간달프…‘반지의 제왕’ 이름 붙인 이유

김지숙 2023. 5. 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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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남서부 열대우림에서 새로 발견된 나비에게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여졌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최근 국제 연구진이 새로 발견한 나비 속(屬) 두 종에게 사우론의 이름을 따 '사우로나 트리앵굴라'(Saurona triangular)와 '사우로나 아우리게라'(Saurona aurigera)라는 종명이 지어졌다고 7일(현지시각) 전했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나비 이외에도 쇠똥구리, 개구리, 공룡의 화석에도 사우론의 이름을 딴 속명이 붙여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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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주황색 날개의 반점이 ‘사우론의 눈’ 닮아
간달프, 골룸 등 캐릭터 이름 딴 동물도 여럿
아마존 남서부 열대우림에서 새로 발견된 나비에게 ‘반지의 제왕’ 속 악당 캐릭터인 사우론의 이름이 붙여졌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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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남서부 열대우림에서 새로 발견된 나비에게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여졌다. 주황색 날개에 검은 눈같이 보이는 반점이 특징인 이 나비들이 얻은 이름은 ‘사우로나’. 바로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악당 ‘사우론’의 이름을 딴 것이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최근 국제 연구진이 새로 발견한 나비 속(屬) 두 종에게 사우론의 이름을 따 ‘사우로나 트리앵굴라’(Saurona triangular)와 ‘사우로나 아우리게라’(Saurona aurigera)라는 종명이 지어졌다고 7일(현지시각) 전했다.

나비의 양 날개의 문양이 사우론의 눈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J.R.R. 톨킨의 판타지 서사시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의 눈은 악의 존재로 등장하며 절대반지의 힘으로 지어진 탑에서 불타는 주황색 눈을 빛내며 세상을 감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비에게 이렇게 카리스마 있는 이름이 붙여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자연사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인 블랑카 후에르타스 박사는 “나비들에게 특이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간 과소평가되었던 나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나비들은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속에서도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후에르타스 박사 또한 연구에 참여했다. 자연사박물관은 현재 사우로나 속에는 두 종의 나비만 존재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2019~2020년 산불 피해로 황폐해진 생태계 복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발견된 딱정벌레 3종에 ‘전설의 포켓몬’의 이름을 붙였다. 트위터 @Yun Hsiao 제공

사우론의 이름이 동물에게 붙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나비 이외에도 쇠똥구리, 개구리, 공룡의 화석에도 사우론의 이름을 딴 속명이 붙여진 바 있다. <반지의 제왕> 속 캐릭터들은 특히 여러 동물의 이름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마법사 ‘간달프’ 이름은 포유류 화석, 게, 나방, 딱정벌레에게 붙여졌고, ‘골룸’은 달팽이, 말벌, 물고기의 이름으로 쓰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의 이런 노력은 동물에 대한 관심을 끌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한 예로 호주에서는 2019~2020년 산불 피해로 황폐해진 생태계 복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발견된 딱정벌레 3종에 ‘전설의 포켓몬’ 이름을 붙여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이름 지어진 사우로나 속은 그동안 작고 갈색인 생김새가 비슷한 나비가 많다는 이유로 제대로 연구되지 않아 왔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제공

나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되는 곤충이긴 하지만, 독특하고 화려한 종에 연구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이번 연구가 다양한 나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후에르타스 박사는 “이름을 얻은 나비들은 남아메리카 열대 저지대에 널리 분포하지만 작고 갈색이며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400종의 다양한 나비 디엔에이(DNA)가 분석돼 외모뿐 아니라 유전학적으로도 분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나비 개체 수는 서식지 손실,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위협받고 있다. 계절에 따라 수천㎞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한 제왕나비는 개체 수 감소가 이어져 지난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올랐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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