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조무사 단식 끝내자...간호사 수장들 "무기한 단식 돌입"
'간호법'을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8일간),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9일간)이 건강상의 이유로 무기한 단식을 끝냈다고 8일 밝힌 가운데, 이번엔 '간호법 공포'를 외치는 간호사 수장들이 무기한 단식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을 비롯한 간호계 대표는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식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회관 앞에서 진행한다.
간호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 번의 국회 입법 시도 끝에 본회의 의결이라는 결실을 본 간호법을 정부와 여당은 공공연하게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하면서 그간의 간호법 논의와 입법과정을 모두 물거품으로 돌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에 간호계 대표자들은 전국의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을 대표하여 사생결단의 각오로 협회 회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단식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간호법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대한 깊은 유감과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간호법 반대단체에 대한 강력한 유감을 표하는 한편, 간호법 제정을 위한 절실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국민에게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와 간호계 선배이자 대표자로서 반성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또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은 1970년대부터 시작했던 숙원사업"이라면서 "2005년부터 논의돼온 간호법 제정을 이제 와서 수포로 돌리는 건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고 국민과의 약속이자 국가 보건정책의 미래를 위한 참 해법"이라며 "부디 간호법이, 최종적인 법률로 확정될 수 있도록 공포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간호협회는 끝으로 "유권자를 유용해서 마음만 빼앗고 배신하고는 뒤에서 특정 단체의 로비를 받아 누가 장난질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이런 썩어빠진 정치인을 응징하고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몰아내기 위해 전국 16개 시도 지역별로 총선기획단을 출범한다"며 "앞으로 총선기획단을 통해 전국 50만 간호사와 12만 예비간호사가 1인 1정당 가입하고 가장 공식적인 의사 표현 수단이자 기본 권리인 투표를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들이 낸 입장문 전문이다.
"간호법은 국민과의 약속이자 국가 보건정책의 미래를 위한 참 해법"
안녕하십니까.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입니다. 저는 오늘 각 지부 대표자들과 함께 사생결단의 각오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번 간호법 제정은 국민의 뜻을 담아 지난 2005년, 2019년, 2021년 세 번째 국회 입법 시도 끝에 본회의 의결이라는 결실을 본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공공연하게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하면서 그간의 간호법 논의와 입법과정을 모두 물거품으로 돌리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 대표자들은 전국의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을 대표해 이 시간부터 사생결단의 각오로 대한간호협회 회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단식을 시작하는 것은 다음 네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간호법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여당의 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기 위함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장관, 차관, 실무자 포함해서 전방위적으로 간호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이유에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간호법 제정은 법률행위이기에 이에 반대하려면 구체적으로 몇 조 몇 항에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반대한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반대 이유의 요지는 결국 의료계 갈등 발생으로 협력이 저해된다는 이유 하나뿐입니다.
조규홍 장관님의 언급과 마찬가지로 간호법 자체는 의료법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는 법안심사과정에서 모든 갈등과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간호법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페이스북 홍보를 하고 방송 인터뷰를 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키는 것입니까?
헌법 제7조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돼 있습니다. 선진국과 같이 국민을 위해 앞장서서 간호법을 제정해도 모자랄 판에 편향된 입장에 서서 갈등을 방조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공직자의 말은 법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그래서 공직자가 함부로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행정법상 신뢰 보호의 원칙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간호법 법안심사과정에서 했던 복지부 차관의 발언을 모두 뒤집고 간호법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절대 가져서는 안 되는 태도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2명이 간호법을 발의했고, 46명의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발의에 동참했습니다. 2021년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최 간호법 제정 공청회에서 여야 모두 간호법 제정 취지에 공감했고, 이는 법안심사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4차례의 강도 높은 심의 끝에 여야 합의로 간호법안(대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명확한 이유 없이 간호법에 대한 체계자구심사를 미루고 거부했습니다.
이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회법에 따라 보건복지위 여야 의원 모두가 참석한 무기명투표를 통해 국회 본회의에 회부됐고, 지난 4월 27일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어 최종 의결된 것입니다. 이미 동영상으로도 모두 공개된 바와 같이 간호법 제정은 윤석열 대통령님께서 후보 시절 직접 약속하신 사항일 뿐 아니라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과 보건복지위 강기윤 간사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당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간호법 자체를 형해화하고 간호법 반대단체의 의견만을 반영한 간호법 중재안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국회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되자 토론조차 하지 않고 퇴장해버렸습니다. 이는 국가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여당으로서 공정과 상식에 합당하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간호법 반대 단체에 강력히 유감을 표하고자 함입니다.
간호법이 세 번째 발의된 2021년 3월 25일부터 지금까지, 두 단체는 간호법에 대한 음해와 왜곡을 한 번도 그친 적이 없습니다. 의사협회는 공식 토론회나 방송에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간호법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된다', '간호사가 의사가 된다', '간호사가 개원한다', '간호사가 단독진료를 한다'는 허위 주장을 그치지 않았고,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뺏는다','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법이다'라며, 허위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 그 어디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고, 보건복지부도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두 단체는 이와 같은 주장을 멈추지 않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간호법 원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두 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간호사의 업무는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했고, 간호조무사협회는 법정단체로 규정됐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해 허위 주장을 그치지 않는 것입니까?
이제는 두 단체가 힘을 모아 휴업을 빙자한 단체 진료 거부를 일삼으면서 국민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보건의료 직역 단체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불법 진료 거부입니다. 즉각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 진료 거부를 중단하십시오.
셋째, 절실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국민에게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함입니다.
존경하는 5000만 국민 여러분!
간호법은 초고령사회 국민에게 더 나은 간호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간호법은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 및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 구조 변화로 폭증하는 국민의 간호돌봄 수요를 충족하고 더 나은 간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하여 의료법에서 분리하여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간호법은 간호인력 이탈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에 간호사 등 인력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간호법은 이미 90여 개 법령에 따라 학교, 산업체,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 어린이집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의료법 위반의 위험성 없이 각자의 면허(자격) 범위 내에서 일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넷째, 간호계 선배이자 대표자로서 간호사 후배들과 제자들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해 현실을 개선하고자 목숨 걸고 싸우지 않았던 우리 자신을 반성하기 위함입니다.
사랑하는 전국의 50만 간호사 및 12만 간호대학생 여러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제정된 간호법을 지금까지 제정하지 못한 것에는 우리 간호계 선배들이 후배들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해 대표자로서 시대적 소임을 다하는 데 최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깊이 자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고한 상아탑에 안주했고, 간호관리자로서 지위에 연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반의 시간 동안 우리 대표자들은 뜨거운 여름과 차가운 겨울에도 쉬지 않고 매주 수요일마다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집회를 이어가면서 참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더 이상 우리 후배들에게 괴로운 간호 현장과 고통의 역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나이를 잊고 힘들고 피곤한 몸을 일으켜 지금까지 싸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간호법 반대단체의 음해와 거짓 주장으로 간호법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표자들은 절벽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우리 자신을 던질 것입니다. 간호사들은 100년의 역사 동안 오직 헌신만 알고 권리를 위해 싸우지 않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우리 대표자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시대적 소명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자유와 권리는 결코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간호법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생명을 걸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국의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여러분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움을 끝까지 멈추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보건의료는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필수 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한 것은 물론, 의료인의 60%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병원에서 입사 1년 이내에 절반이 퇴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가의 보건의료의 중추를 담당하고, 우리 부모님과 환자, 장애인 등을 간호하고 돌볼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간호법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인정했듯이 법안 자체는 대부분 의료법과 동일하고, 처우 개선 대책은 선언적인 규정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간호법이 다른 직역의 권익을 침해할 수 없고, 그런 목적도 아닙니다. 간호법은 우리 보건의료의 미래를 지탱하고 국민들께서 바라시는 간호와 돌봄 수요를 충족하여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는 이미 간호법이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WHO는 주기적 감염병에 대비하고 국가 보건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간호인력에 대한 교육, 투자 및 법적 규제를 더욱 늘리도록 각국에 권고하고 있습니다. 간호법 제정은 글로벌 기준에 합당한 것입니다.
간호법은 대한간호협회가 1970년대부터 시작했던 숙원사업입니다. 지금 제정된다고 해도 다른 국가에 비하면 너무나도 늦은 것입니다. 2005년부터 논의됐던 간호법 제정을 이제 와서 수포로 돌리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간호법은 국민과의 약속이자 국가 보건정책의 미래를 위한 참 해법입니다. 부디 간호법이, 최종적인 법률로 확정될 수 있도록 공포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유권자를 유용해서 마음만 빼앗고 배신하고는 뒤에서 특정 단체의 로비를 받아 누가 장난질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썩어빠진 정치인을 응징하고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몰아내기 위해 오늘, 전국 16개 시도 지역별로 총선기획단을 출범합니다. 앞으로 총선기획단을 통해 전국 50만 간호사와 12만 예비간호사가 1인 1정당 가입하고 가장 공식적인 의사 표현 수단이자 기본 권리인 투표를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나갈 예정입니다.
2023년 5월 9일
대한간호협회 대표자 일동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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