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환자 ‘감기’로도 ‘뇌졸중·심근경색’ 위험↑

임태균 2023. 5. 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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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은 온 몸의 혈관을 약화시켜 사망 위험을 급격히 높이는 만성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은 동맥을 기준으로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일반인보다 높은 질환이다. ‘침묵의 살인자’ 또는 ‘소리 없는 죽음의 악마’라는 별칭처럼 고혈압은 증상도 없고, 진단을 받아도 특별한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혈압을 방치하면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뇌졸중과 심근경색으로 돌연사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망 위험요인인 고혈압의 위험성을 알아본다.

◆ 우리나라 4명 가운데 1명은 고혈압…대표적인 ‘국민질환’

고혈압은 성인을 기준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문제는 고혈압이 오면서 우리 몸의 혈관이 높은 혈압을 버티기 위해 점점 두꺼워지고 딱딱하게 변해 ‘동맥경화증’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동맥경화증이 발생한 혈관은 혈압이 높아지기 더 쉽다. 이에 따라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악순환을 반복해 혈관 상태가 악화된다. 결과적으로 고혈압은 우리 몸의 기초 토대라 할 수 있는 혈관을 망가뜨려 중요한 장기인 심장‧뇌‧신장‧눈‧간 등을 손상시킨다.

특히 뇌혈관질환의 약 50%는 고혈압이 주된 원인이며, 심장질환의 30~35%, 신부전(콩팥질환)의 10~15%도 고혈압이 원인이다.

실제로 최근 국가건강검진과 건강보험청구데이터를 이용한 역학 연구에서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의 증가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동일하게 증가하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전두수 가톨릭대학교 심장혈관내과 교수(인천성모병원)는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은 치명적인 3대 질환 가운데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는 주요 위험요인”이라며 “고혈압을 잘 관리하면 심뇌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일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마비‧치매‧신부전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방치하면 뇌 위축‧인지기능↓

치료받지 않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뇌 위축과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신철 고려대학교 의대 인간유전체연구소장 연구팀은 야간 혈압의 변동성에 따른 신경학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을 통해 모집한 1398명의 혈압을 24시간 동안 측정한 후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신경인지검사를 실시했다.

야간 혈압 변동성이 뇌 용적 감소와 인지기능 저하의 주요 예측인자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그 결과 야간 혈압 변동성이 높을수록 전체 뇌 용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특히 측두엽 회백질 부피(용적) 위축이 발생해 시각적 기억 능력과 언어 유창성 영역의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확인했다. 주간 혈압 변동성 또는 야간 평균혈압 수치는 전체 뇌 용적 변화와 연관성이 없었다.

신철 교수는 “야간 혈압 변동성이 뇌 용적 감소와 인지기능 저하의 주요 예측인자임을 확인했다”며 “높은 야간 혈압 변동성이 중년 이후에 급속한 뇌 노화를 예측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혈압을 오래 앓은 환자는 ‘감기’도 위험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감기도 조심해야 한다. 감기‧독감 등에 의해 몸에 염증이 발생하면 혈액에서 혈전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부정맥 등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  

전두수 교수는 “감기‧독감 등 호흡기질환으로 발생하는 혈전은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고혈압을 오래 앓아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며, 동맥경화증을 앓는 노인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률이 높았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감기‧독감 등에 의해 몸에 염증이 발생하면 돌연사 위험이 급증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요법과 비약물적 요법을 함께 실시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전 단계에서는 ▲체중조절 ▲식사요법 ▲행동수정 ▲규칙적인 운동 등의 비약물적 요법을 먼저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운동 초기에는 급격히 혈압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은 상태로 무리한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운동을 해보지 않았거나 체력이 약한 고혈압 전단계 환자는 20분 정도 저강도 운동을 해보고, 적응이 되면 서서히 시간과 운동의 강도를 높여가는 게 좋다.

만약 고혈압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반드시 약물을 이용해 혈압을 정상으로 조절해야 한다.

흔히 처방되는 고혈압 치료제는 ▲혈관 확장 효과가 있는 ‘칼슘채널 차단제’ ▲맥박수를 낮추는 ‘베타 차단제’ ▲신장(콩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조절해 혈압을 낮추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등이 있다.

신장에서 나트륨과 수분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배설을 촉진함으로써 체액량 자체를 감소시켜 혈압을 떨어트리는 ‘이뇨제’도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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