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기기 쓰자 화학공장 ‘순간이동’···LG CNS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체험기

구교형 기자 2023. 5. 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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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서울 마곡동 본사에 2020년 7월 문 열어
3D 모델링으로 가상 데이터센터 만들어 원격 지시
고객의 ‘디지털 난제’ 해결해주는 ‘기업 위한 기업’
LG CNS 이노베이션 스튜디오에서는 ‘버츄얼 팩토리’를 체험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상태로 가상공간에서 데이터 모드를 선택해 멀리 떨어진 화학공장의 파이프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LG CNS 제공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LG CNS 본사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자 눈앞에 전남의 한 화학공장 전경이 나타났다. 양손에 든 컨트롤러를 이용해 여러 시설 중 정제공장을 선택하자 육중한 파이프들이 모인 공간으로 순간 이동했다.

작업대 앞에서 데이터 버튼을 누르자 파이프들에 찬 화학 물질의 양과 온도를 확인하는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었다. 이어 오른손에 든 컨트롤러를 이용해 레버를 잡아 올리는 포즈를 취했더니 가상공간의 레버도 함께 올라가며 공장 전체가 가동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노베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공장을 메타버스에 옮겨 놓은 ‘버추얼 팩토리’를 체험할 수 있다. 버추얼 팩토리는 제조 현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생산 공정을 그대로 가상공간에 복제한 형태다. 서울 본사에서 부산에 있는 공장 설비를 원격으로 제어하고 가상 설비를 보면서 현장과 소통하는 ‘메타버스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국내의 한 제조업체 요청을 받아 ‘디지털 트윈(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을 가상으로 복제하는 것)’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서버를 3차원(D) 모델링으로 완벽히 구현했다. 본사의 통합관제센터에서 국내 사업장뿐 아니라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 있는 해외 데이터센터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데이터센터 곳곳에 설치된 항온항습기, 화재감지기, 폐쇄회로(CC)TV와 연동돼 있다. 특정 서버에서 제한온도 이상의 열이 감지되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원격으로 해당 서버와 연결된 다른 서버들을 끊어낼 수 있다.

사전에 과열 서버가 몰린 구역을 찾아내 기기를 분산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전 국민의 디지털 소통에 불편을 초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은 조치다.

원격으로 하는 작업 지시도 용이하다. 관제센터에서 데이터센터 현장에 있는 직원에게 스마트폰으로 가상 서버 뒷면을 보여주고 특정 포트에 회선을 연결하라고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정확히 위치를 짚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업 고객은 LG CNS 이노베이션 스튜디오에서 직접 디지털 혁신(DX)을 체험하고 자사에 이식하고 싶은 기술을 선택할 수 있다. 이곳에는 DX 기술 전문가, 사용자 경험(UX)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뿐 아니라 고객과 난제를 함께 풀어가는 퍼실리테이터(문제 해결 조력자)도 있다.

2020년 7월 문을 연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는 지난 2년 10개월간 금융·제조·유통 분야 등에 있는 다양한 기업의 의뢰를 받아 50여개의 과제를 수행했다.

얼마 전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 서비스 비중을 늘릴수록 ‘고객 불만’이 증가하자 이노베이션 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렸다. 고객들이 주문한 물건이 한두 개 빠지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이 포함되는 일이 잦은데 원인을 찾고 싶어했다.

LG CNS 직원들은 업무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이 일하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봤다. 분석 결과 각기 다른 품목을 담당하는 직원들 사이에 배송 준비 현황 등이 치밀하게 공유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다.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는 주문 배송 절차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이처럼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는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워크숍을 열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한다. 선정된 아이템은 디지털 서비스로 구체화한 뒤 실현 가능성을 검증해 사업 추진 여부를 고객사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아직 사업 수행기간이 짧아 과제 수가 적긴 하지만 그간 사업화에 성공한 비율이 전체의 70%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 엑센츄어가 발표한 업계 평균(11%)보다 훨씬 높다.

최수경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팀장은 “MZ세대로 대표되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파괴적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전장에서 고객사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LG CNS 이노베이션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만든 데이터센터 가상 서버. 현장에 있는 작업자에게 원격으로 특정 포트에 회선을 연결하라고 그림을 그려가며 지시하는 모습. LG CNS 제공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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